"생후 10개월때 심장수술, 세살때 입천장수술, 네살때 귀수술"

올해 9살인 김안식(금호초등학교 3년)군의 병력이다.

김군은 7세 때까지 무려 13번이나 큰 수술을 받았다.

입천장이 뚫려있어 혀의 살을 떼어 입천장에 붙이는 희귀한 이식수술만
4차례나 했다.

학교에 간 날보다 병원서 지낸 날이 많을 정도다.

이런 김군이 맞는 어린이날은 각별하다.

4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모범 어린이"로 선정된 데다 5일에는 청와대 초청
으로 "대통령 할아버지"를 만나기 때문이다.

김군은 학교친구들 사이에서 "컴퓨터박사" "컴퓨터화가" 등으로 불린다.

학교안에서 모르는 학생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다.

지난해 "전국어린이 컴퓨터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부터
"스타"가 됐다.

당시 심사위원들조차 "그대로 옷감에 인쇄해서 패션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색감과 주제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97년에는 LG소프트가 주최한 "전국 어린이 예쁜문서 공모전"에 작품 2개를
보내 금상과 은상을 휩쓸기도 했다.

김군의 눈부신 "변신"은 오랜 투병생활속에서 얻어낸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김군은 심장대동맥협착증, 심실충격결손 등 복합질병에다 구순구비협
(속칭 언청이)이라는 안면장애까지 지니고 태어났다.

심장병은 거의 완치됐으나 청각장애 등은 아직도 조금 남아있다.

김군이 컴퓨터에 관심을 보인 것은 4세때.

어머니 김현복(34)씨는 "병원 언어치료실에서 진단장비인 컴퓨터를 보고
나서 무척 신기해했다"고 기억했다.

"안식이가 어느 날 컴퓨터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더군요. 아랫집에 컴퓨터가
있었는데 자꾸 그집에 놀러가자고 했어요. 286 컴퓨터를 사서 직접
가르쳤습니다"

안식이는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을 켜놓고 글자를 쓴 뒤 모양 바꾸는 것을
좋아했다.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와 동화를 입력해서 파일로 저장하곤 했다.

95년에 어렵사리 펜티엄 컴퓨터를 장만한 뒤 한달에 2번씩 엄마와 함께 용산
전자상가에 들러 어린이용 프로그램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조각그림맞추기 색칠공부 퍼즐맞추기 색깔맞추기 등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좋아했다.

지금은 윈도95용 소프트웨어를 척척 다루고 인터넷을 뒤지고 다닐 정도의
실력을 갖게 됐다.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컴퓨터를 이용해 학급신문까지 만든다.

"번갯불"이란 PC통신 사용자명(ID)까지 갖고 있다.

1학년때 담임을 맡았던 이매자 선생님은 "안식이는 어른들도 생각해내기
힘든 기발한 상상을 많이 한다"면서 "특히 관찰력이 뛰어나 그림을 그릴때
색감이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김군은 "컴퓨터 게임과 그림 그리기, PC통신 등이 재미있다"면서 "앞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화가가 되는게 꿈"이라고 말한다.

김군은 5일 청와대에 들어가 김대중대통령에게 줄 선물로 자신과 김대통령을
나란히 배치해 컴퓨터로 합성한 사진도 만들었다.

<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