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음료를 제일제당에 매각하려던 채권단의 계획이 암초에 걸렸다.

제2금융권이 "가격이 너무 낮아 매각동의서를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제2금융권이 반대한다고 해서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단독협상기간(5월말)이 얼마남지 않아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태그룹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지난4월7일 "해태음료를 2천6백66억원에
매각한다"는 MOU(양해각서)를 제일제당과 체결했다.

독점협상기간은 45일로 정했다.

단순히 계산하면 5월22일이 마감일이다.

영업일 기준으로 치더라도 5월말이면 단독협상이 끝난다.

조흥은행은 "채권단으로부터 나중에 매각동의를 받겠다"는 조건으로 MOU를
체결했다.

은행들은 동의서를 냈지만 제2금융권은 거부하고 있다.

퇴출종금사를 포함한 제2금융권은 해태음료의 매각대금이 너무 적어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퇴직금(3백7억원)을 포함한 부채 3백66억원을 빼고 나면 해태음료 매각으로
받는 돈은 2천3백억원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는 담보채권에 50%, 무담보채권에 6%, 상거래채권에 30%밖에
지급할수 없다.

제2금융권은 대부분 무담보채권을 갖고 있다.

해태그룹 채권단은 해태음료 매각을 추진할 당시 5천억원 이상 받을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제일제당 이외에 외국업체인 코카콜라 네슬레 등이 매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제일제당만 나섰다.

낙찰가격도 예상가격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조흥은행은 이번주 내로 제2금융권의 동의서를 받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로
들어가거나 파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을 설득하기 위한 엄포용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제2금융권이 끝까지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해태그룹 회생작업
은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채권단은 해태음료 매각과 함께 해태제과의 채무를 재조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해태제과의 총부채 1조5천여억원 중 5천2백50억원을 출자전환한다는
내용이다.

담보채권 3천7백억원에 대해서는 프라임레이트를 적용하고 무담보채권
5천6백억원은 프라임레이트보다 3.25% 낮은 특별금리로 바꿔줄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태음료 매각에 제동이 걸리면서 해태제과의 출자전환도 계속
지연되고 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