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태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gtlee@erinet.lgeri.co.kr >

한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흔히 경제성장률을
사용한다.

경제성장률은 한 해에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가 전년에 비해서 얼마나
늘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에 반해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경제 내에 존재하는 이용가능한 생산요소
를 모두 가동했을 때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느냐를 나타낸다.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 자본, 기술 등의 생산요소가 이용되는데
이러한 요소들을 충분히 이용했을 때 달성가능한 성장률이 바로 잠재성장률인
것이다.

잠재성장률을 계산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현재 한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생산함수 접근법이다.

이는 생산요소 즉 노동, 자본, 기술의 양이 얼마나 되는가를 추정한 다음
이 생산요소로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가를 함수를 만들어서 계산해내는
방식이다.

그런데 잠재성장률은 경제성장률과는 달리 공식적인 수치가 작성되지
않는다.

대신 개별 연구기관들이 서로 다른 추정치나 예상치를 제시하고 있다.

생산요소, 특히 기술이나 자본의 양은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고 생산함수를
만드는 방식에도 연구자마다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은 5년이나 10년 등 장기적 시점에 대해 계산되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는 한 나라의 중장기적인 성장능력을 파악하는 지표로 이용
된다.

경제성장률은 수요변동에 따라서 매년 변화가 심하지만 평균적으로는
공급능력의 변화를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에 수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70년대와 80년대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8%대를 유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컸기 때문에 외국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술축적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낮은 임금과 높은 실업률로 양질의 노동력을 싸게 공급할 수 있었던 70년대
엔 노동이, 중화학공업 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던 80년대에는 자본이
잠재성장능력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노동과 자본의 투입을 확대시키는 데 어려움이 따르면서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7%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어 2000년대 초반엔 잠재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향후 수년간은 자본투입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자본이 경제성장
에 기여하는 정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중화학 공업분야에서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향후 수년간 해소되기는 어려운데다,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외부차입비율 축소 등으로 설비확장을 위한 신규 투자가 크게 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의 성장기여도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계속 낮아질 것이다.

기업들이 설비확장을 위한 투자는 줄이는 대신 기술개발이나 생산성 증대
등을 위한 연구개발투자에 보다 주력하기는 하겠지만 이미 연구개발투자금액
이 커져 있는 상태에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연구개발 투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점차 좁혀지면서 선진국기술의 모방에 따른
손쉬운 기술습득이 점차 어려워지고 아직 기반이 일천한 새로운 지식산업
부문에서는 초기 기술개발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투입은 이미 80년대 이후부터 생산기여도가 미미해져 버렸다.

인구증가율이 계속 낮아지고 특히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고령층 인구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노동투입이 성장에 기여하는 부분은 크게 늘기
어렵다.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요소중 기술부문
에서의 성장기여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풍부한 지식의 생성과 신속한 전달,
그리고 손쉬운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지식과 기술이라는 무형의 생산요소가
노동이나 자본이라는 유형의 생산요소보다 가치창출의 원천으로서 더욱
중요해지게 된다.

교육과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를 통해 생산요소에 지식과 기술을 체화시키고
이를 통해 기술혁신이 몰아닥치고 있는 정보통신산업, 신소재산업, 생명공학
등 신산업부문에서 새로운 표준을 선점해나가는 것이 잠재성장능력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