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민 <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실장 >

IMF이후 지난 1년여동안의 경제기사와 그 이전의 그것을 대비해 보면 매우
흥미로운 점을 한가지 발견하게 된다.

총통화증가율에 관한 보도의 빈도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매월 발표되는 총통화증가율이 IMF이후 별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는 반증이
되는데, 따지고 보면 그 까닭은 자명하다.

우선 총통화증가율이라는 통계의 의미나 중요성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
이라고도 볼 수 있다.

금융시장구조가 바뀌고 CP 신탁자금의 대이동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총통화 절대량을 종전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총통화 등 유동성공급규모에 대한 관심이 반감한 또 하나의 원인은 IMF이후
지속돼온 은행권의 보수적 경향, 좀더 정확히 말해서 대출기피성향 때문이다.

돈이 돌지 않는 상황, 이른바 화폐유통속도가 크게 떨어진 여건이었기
때문에 유동성규모를 늘려야할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고, 결코 문제될 일이
아니었다.

34%를 웃도는 총통화증가율은 경상성장률 수준을 적정이라고 간주해온
종전관념에 비추어 보면 엄청나게 높은 편이지만, 그것이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던 것은 바로 그래서였다고 하겠다.

어쨌든 금리가 유동성을 측정하는 중심지표로서의 구실을 하게된 것은
괄목할만한 진전이다.

통화 또는 총통화증가율이 국회에서까지 쟁점이 되고, 그래서 유동성관리의
중심지표를 바꾸거나 통화로 잡던 특정예금을 총통화로 돌리는 식의 숫자놀음
을 되풀이하기도 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정말 금석지감이 있다.

통화문제에 관한한 업계의 논리나 요구가 반드시 옳지만은 않았다.

항상 더 늘리라는 주장으로 일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음거래관행 화폐유통속도 등 우리경제의 특수성은 전혀 감안하지 않고
국민총생산(GNP)과 총통화규모만을 외국과 비교, 유동성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호황기일수록 통화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
했다는 점이다.

투자를 하면 돈을 벌수 있는게 눈에 보이게 마련인게 호황때고, 기업자금
수요가 왕성한 기업투자의욕의 변수이고 보면 당연했다고도 볼수 있다.

최근들어 한국은행등에서 금리가 너무 낮지않으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대로 두면 증시가 지나치게 과열될 우려가 있다는 인식에서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통화당국이
일단 주의깊에 지켜봐야할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발상은 70년대말이나 80년대중반
호황때 통화공급을 더 늘리라던 업계쪽 주장 만큼이나 비논리적이다.

공장가동률이 70%대에 진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경기과열을 우려,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도무지 설득력이 있을 수 없다.

산업생산이 오랜만에 두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기업들의
신규투자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에 시중자금이 부동자금화해 증시로만 몰리고 있다는
주장은 한쪽 면만 보고 하는 소리다.

시중자금이 부동자금화하고 있는 것은 금리가 낮기 때문이 아니라 실물쪽
으로는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는 자금이 기업투자와 이어지도록 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면 중앙은행이 RP금리 등을 올리는 것은 방향
감각에 문제가 있다.

현재의 저금리에 힘입어 증시활황이 이어지면 기업들의 유상증자 등 주식
물량공급은 확대될 것이 필지다.

단기급등이나 과열이 정말 우려해야할 국면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되면
정부보유주식을 매각하는 등 다른 방법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는 것은 적어도 당분간은 절대로 금물이다.

기업투자의욕을 꺾어 엄청난 실업률을 구조화시킬 의도가 아니라면
그러하다.

6일 열린 금통위가 콜금리를 현수준에서 운용되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장기시장금리 상승가능성을 점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해석이 가능하기도 하다.

그것이 유동성공급 증가율을 급격히 낮추겠다는 의도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