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잘 지은 게 죄인가''

정부가 첨단 인텔리전트빌딩에 재산세를 중과해 납세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냉난방과 조명 등이 자동으로 조절되고 중앙통제식 방범시스템 등을 갖춘
"똑똑한 빌딩"에는 재산세를 50% 할증해 물리는 것이다.

좋은 시설을 갖춰 재산가치가 커졌으니 세금을 더 내라는 요구다.

이에대해 건물주들은 정부가 앞에서는 정보화사회를 외치면서 뒤로는 오히려
첨단 오피스빌딩 건축을 가로막는 앞뒤 안맞는 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순전히 세금을 더 걷으려고 이치에도 맞지않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
이다.

더군다나 경제위기 한파로 기업들의 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시대
역행적인 과세로 기업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전형적인 "관폐"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따라 세금을 중과받게된 건물주들의 집단소송이 예상된다.

일부 기업은 헌법재판소에 관련법규의 위헌성을 가려달라는 헌법소원도 낼
방침이다.

지금도 10여 건의 소송 계류중이다.

<> 과세근거 =현행 지방세법 시행령 80조1항엔 특수부대설비에 재산세를
할증해 물릴 수 있게 돼있다.

최근에 공들여 지은 빌딩이 중과세의 표적이다.

지방세법 시행규칙 40조3항은 "냉난방 급배수 방화 방범 등이 자동관리되는
빌딩"을 인텔리전트빌딩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서울 등 대도시에 들어서는 고층 상업용건물은 대부분 냉난방 급배수
방화 등을 중앙집중식으로 자동처리하게 돼 있다.

이런 빌딩에는 재산세를 50% 가산해 물리고 있다.

<> 대상건물 =지은지 얼마안되는 도심의 빌딩들은 대부분이 걸려들게 돼
있다.

서울 중구는 지난해 26개 빌딩에 재산세를 중과한데 이어 올해도 20여개
이상에 중과세할 계획이다.

명동에 있는 은행연합회빌딩, 서울역앞 연세세브란스빌딩, 을지로 6가 두산
타워와 밀리오레빌딩 등이 대상이다.

강남구의 포스코빌딩과 삼성의료원 시네하우스, 마포구 공덕동 로타리에
있는 국민생명과 태영빌딩 등도 중과대상이다.

여의도 63빌딩 등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건축미를 자랑하는 빌딩들도 대부분
도 "첨단료"를 내야한다.

지방 대도시에서도 최근에 완공된 빌딩들은 모두 중과세 대상이다.

<> 문제점 =한국빌딩자동협회의 문성주 회장은 "빌딩에 자동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건물주와 건축가의 의무"라며 "미래에 대비
하고 인력과 에너지를 절감하는 건물을 짓도록 권장하지는 못할 망정 세금
중과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김원희 안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인텔리전트 빌딩은 건설산업과 전자.정보
통신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세금부담이 싫으면 재래식 건물을
지으라는 것은 "정책"도 아니다"고 비난했다.

그는 "중과세할 수 있는 논리적 타당성은 물론 중과세 여부를 정하는
기준에도 객관성도 결여돼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취득세와 재산세 등 관련 세금을 경감해 인텔리전트 빌딩을 더
짓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남궁덕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