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고유가시대에 대비해 강력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올들어 벌써 52%나 오르는 등 기세등등하게 치닫던 오름세는 비록 한풀 꺾였
지만 원유값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어, 국제수지 흑자축소 및 물가상승
등 우리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세와 함께 늘어나기 시작한 에너지소비량은 올들어 이미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걱정이다.

지난 3일 서부텍사스 중질유(WTI)값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장중 한때 지난
97년말 이후 17개월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1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하락세로
반전해 현재 배럴당 18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가파른 원유값 오름세가
다소 진정된 까닭은 유가상승이 이런 속도로 계속되면 지난 3월23일 석유
수출국기구(OPEC) 석유장관 회의에서 하루평균 2백10만배럴을 추가 감산키로
한 합의가 지켜지기 어렵지 않으냐는 예측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유값이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지난해 원유수출대금이 1년전에
비해 35%나 줄어드는 고통을 겪었던 산유국들이 섣불리 감산합의를 깨고
모처럼 오른 원유값을 다시 끌어내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세계은행 등에서 앞으로 몇년간 유가상승이 계속되리라는 전망을 내놓은
또다른 배경은 아시아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등 국제금융위기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자 석유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점 때문이다. 당장 우리
경우만 봐도 올들어 에너지소비량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웃돌기 시작했다.

경기회복세와 함께 산업활동이 활발해지고 소비심리가 되살아난 탓이다.
산업자원부가 어제 발표한 "올해 1.4분기 에너지 수급동향"에 따르면 올
1.4분기 1차 에너지 소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1.4%나 증가한
4천7백85만TOE(석유환산t)로 지난 97년 1.4분기의 4천7백10만TOE보다 많았다.
에너지원별로는 유연탄이 1.4%, 무연탄이 4.6%, 전력이 6.2% 증가한데 비해
석유제품 및 LNG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1.5%, 27.1%씩 늘어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부문별로 보면 산업부문이 4.7%, 수송부문이 5.5% 증가에 그친데 비해
가정.상업부문은 무려 31.2%나 급증한 점이 특히 주목된다. 경상수지 흑자
축소, 경기성장률 저하, 물가상승 외에 거품발생을 걱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당분간 투자활성화가 어렵기 때문에 소비주도의 경기회복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실업자 수가 2백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지금 각 부문별로 군살을 빼는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인데 에너지부문도
예외일 수 없다. 원유값 상승이 예상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