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의 외출.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자연속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날이
지만 내 가족의 옷차림에 은근히 신경쓰이는 것이 신세대 주부의 속내일
것이다.

패밀리 룩은 주무대가 야외인만큼 활동적이면서도 건강한 이미지의 디자인
과 색상이 어울린다.

편안한 실루엣과 피부에 거부감이 없는 면소재가 기본임은 물론이다.

값비싸 보이는 실크 소재의 옷이나 장식이 많은 옷, 과장된 크기의 디자인
들은 보는 사람마저 불편하게 만든다.

또 몇년전만 해도 패밀리 패션하면 부모와 아이들이 아래위를 똑같은 옷으로
맞춰 입는 것을 떠올렸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멋내기가 유행인 요즘, 이런 차림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식구들 각자가 평소에 입는 옷중에 가장 편한 옷을 꺼내 입은 듯하면서도
은근하게 조화를 이루는 차림이 가장 세련된 패밀리 패션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몇가지 트렌드 테마에 맞춰 패밀리 룩을 연출해 볼
것을 권했다.

즉 최신 유행 스타일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그에 맞는 아이템을 잘 활용하라
는 것이다.

먼저 가족의 분위기를 활동적이고 발랄한 느낌으로 보이고 싶다면 한창
각광받고 있는 스포츠룩을 주제로 삼는다.

아빠는 모자 달린 점퍼하나면 충분히 멋스럽지만 허리가 끈으로 처리된
스트링 팬츠로 좀더 과감한 연출을 시도해도 보는 것도 좋다.

엄마는 발목을 드러내는 길이의 크롭팬츠에 납작한 스니커즈를 신고 상의는
헐렁한 점퍼를 입거나 몸에 잘 맞는 셔츠를 입어준다.

올 여름 히트 색상인 흰색이 주류를 이룬다면 더 산뜻해 보일 것이다.

패밀리 패션으로 추천할 만한 또하나의 테마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내추럴
스타일이다.

구김 방지 처리한 링클프리 면바지와 피케셔츠 스웨터 이지 재킷 등이
연상되는 이 스타일은 무난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피케원단(무늬를 넣어 가늘고 굵은 골이 지도록 만든 이중직 천,
피케셔츠는 일명 폴로 셔츠라고도 부른다)으로 만든 셔츠는 언제든지 입을
수 있는 캐주얼 아이템으로 한두개쯤 장만해 놓는 것이 좋다.

온 가족이 색깔만 다르게 해 피케셔츠를 입는 것이 유행인 때도 있었을
정도로 대표적인 패밀리 패션이다.

목가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패션전문가들은 목부분에 약간 주름이 잡힌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 두건을
쓰거나 리본을 묶는다면 소녀같은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굳이 주제를 정해놓지 않더라도 각자의 개성을 살려 입고 색상톤만 잘
맞춰도 훌륭한 패밀리 패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