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윤 < 강서고객서비스센터 대리 >

봄신령이 삭막한 온 산을 산뜻한 초록으로 채색하는 계절이다.

남녀노소 할 것없이 산에 오르고픈 충동을 억제할 수 없는 때다.

엄마 아빠 손을 꼭잡은 네살박이 꼬맹이도, 나이 지긋하신 노부부도,
연신 웃음꽃을 피우는 연인들도 줄지어 산에 오른다.

그 중에 재킷을 파랗고 노랗게 통일해 입은 한 때의 동호회원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바로 ''삼성화재 등산반''이다.

우리 등산반은 올해로 결성 16년째를 맞았다.

등산마니아 30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무려 3백50명의 회원수를 자랑한다.

사내 어느 동호회에도 뒤지지않는 당당한 세를 가진모임으로 자리잡았다.

회원도 임직원 뿐만 아니라 설계사, 대리점장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산에 오르지 못하면 "몸이 근질거려 어쩔 수가 없다"
고 할만큼 우리 등산반원들의 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대단하다.

지난해 IMF한파가 본격적으로 몰아칠 때 우리 등산반 활동이 잠시 주춤한 적
이 있었다.

구조조정 여파로 분위기가 가라앉고 또 일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산행을
한다는 것이 조금 뭐했기에 활동을 쉬었던 것이다.

그 때 반장인 필자에게는 항의가 잇따랐다.

"이럴 때일수록 더 산에 올라 심신을 가다듬어야 하지 않느냐. 오히려
산행을 평소보다 더욱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지적을 계기로 날씨, 계절에 관계없이 일정을 잡았던 날은 어김없이
산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산행중 벌어진 희한한 일도 많다.

지리산 천불동에서 야영중 살모사형제와 만나 기겁했던 일, 소백산 천문대옆
눈 속에서 거액의 지갑을 주워 주인에게 돌려준 뒤 뜻하지않게 받은 사례금
으로 성대히 치룬 뒷풀이 등등...

특히 97년 여름 백두산에 올라 플래카드를 펼치려다 카빈소총을 든 중국
공안원으로부터 받은 위협 등은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다.

우리 등산반은 요란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신세대가 선호할만큼 첨단 취미반도 아니다.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땀방울속에서 동료에 대한 끈끈한 정과 사랑을
가꾸어가는 모임인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