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도짜리 소주는 가라"

알콜도수를 낮추고 맛을 부드럽게 만든 순한 소주가 인기에 날개를 달았다.

애주가들의 입맛변화로 독하고 강한 술대신 저알콜주의 선호현상이
두드러지자 진로 두산 등 주류업체들이 도수가 낮은 소주를 잇달아 내놔
소주시장에 저알콜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진로의 23도 짜리 "참진이슬로" 소주는 출시 6개월 만인 지난달말로
누계판매량이 1억병을 돌파, 최단기간내의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다.

참진이슬로는 4월 한달간 85만 상자가 판매돼 단일 브랜드로도 시장점유율
이 13%를 넘어서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진로 관계자는 "대나무숯 여과과정을 거치는 제조공법을 적용, 마실때
부담이 없고 숙취가 없는 부드러운 소주로 만든 것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참진이슬로의 초고속 수요확산에 맞서 20도 짜리 "백화소주 20"을
개발, 지난달 26일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군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백화소주 20은 호남지역을 타깃으로 집중 시판된다.

이 제품은 두산의 간판 소주인 그린소주보다 마시기에 더 부드럽고 뒤끝이
깨끗한 특징을 갖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순하고 부드러운 맛을 강조해온 두산이 소비트렌드 변화에 맞춰 알콜도수
낮추기에서 아예 한걸음을 더 앞질러 나간 셈이다.

진로, 두산의 전략변화에 따라 전남지역 소주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보해양조도 20도 안팎의 소주를 개발해 곧 수도권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90년대초 15도 짜리 보해라이트와 23도 짜리 씨티소주
를 내놓았으나 당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 중단했다"고 밝히고 "최근
저알콜 소주의 인기가 워낙 높아 생산을 재개키로 했다"고 말했다.

23도 짜리 소주를 생산중인 금복주 대선등 지방 소주업체들도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을 연고로 하는 금복주의 참소주는 지난해 이 지역의 시장
점유율이 88.5%로 97년 56.3%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

또 대선이 생산중인 시원소주도 부산시장에서의 점유율이 73.9%에서 79.9%
로 높아졌다.

주류업계는 이들 두 회사의 영업호조가 지방소비자들의 향토소주 사랑운동
에 힘입은 점도 있지만 23도 짜리 순한 소주가 애주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소주의 세대교체를 연상시킬 만큼 참진이슬로 판매가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영,호남권업체들도 수도권시장을 공략할 예정으로
있어 저알콜 소주는 판도변화의 주역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최인한 기자 jan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