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 소송은 소비자들이 안전 사고를 당하거나 심각한 손해를 봤을 때 주로
제기한다.

겨울철에 순간온수기를 공사장 숙소에서 사용하다 얼어붙는 바람에 감전
사고를 당한 경우, 영양제를 먹었다가 심각한 위장장애를 일으킨 케이스
등도 PL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상하이에서 최근 추락한 대한항공 화물기의 경우도
그 원인이 기체결함으로 판명될 경우 PL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최근 PL 소송과 관련해 케이스가 가장 많은 것은 자동차 급발진사고다.

이 경우 소비자를 대리한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한 후 자동차의 결함을
찾는데 온 힘을 쏟는다.

우선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사고재현을 해보는 것이 순서다.

어떤 상황에서 급발진 사고가 일어났는지를 알아야 원인 규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고 현장만 보고 원인을 찾아낼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동원
된다.

변호사는 제조업체의 디자이너, 엔지니어, 품질 담당자들을 소환해 심문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전문적인 용어를 놓고 토론, 때로는 설전을 벌여야 한다.

심문에 불응하면 제조회사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돼 패할 수도 있다.

PL 변호사가 주목하는 것은 제조물의 결함을 찾는 일.

결함은 크게 봐서 두 종류다.

제조물 자체의 결함과 지시.경고상의 잘못이다.

이중 어느 것 하나만 입증해도 소비자는 이길 수 있다.

제조물 자체 결함은 설계의 결함과 제조상의 잘못 등으로 다시 나눠 볼 수
있다.

설계 자체가 안전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 자체가
잘못이다.

최신 기술 수준에 못미치는 설계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

조립 과정에서 품질관리가 안돼 불량률이 많은 것도 결정적인 요인이다.

시험검사를 자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제조업자는 책임져야 한다.

하청을 준 경우는 하청업체의 품질수준까지 체크받는다.

지시.경고상의 결함도 제조업체의 결격 요인이다.

취급설명서에 위험요인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거나 경고라벨을 제대로
붙이지 않았다면 소비자의 책임은 줄어든다.

거꾸로 선전광고 문구를 과대표시해 소비자에를 오도한 경우도 제조업체가
불리해진다.

원고측이 이런 결함을 찾아낸 경우 법원은 주로 조정에 나선다.

이 경우 소비자와 제조업체는 화해 절차를 밟는다.

손해배상액을 받고 소를 취하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는 워낙 소송비용이 비싸 제조업자들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화해를 요청한다.

적절한 비용에 양측이 손을 맡잡게 하는 것도 변호사가 할 일이다.

그야말로 중개인이 되는 것이다.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그래서 적다.

재판으로 가면 그야말로 회사는 "사운"을 걸고 덤벼드는 경우가 많다.

패소한다면 이때까지 판 제품 전부를 보상해 줘야 하는 일도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PL 변호사는 소비자의 안전과 산업발전 속도의 괴리를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가장 가까운 의미의 "기업변호사"인 셈이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