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386세대들에겐 어린시절 맥주병이나 청량음료병을 모아 동네
구멍가게에서 과자로 바꿔먹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폐품을 수집할 때도 빈병은 단골메뉴였다.

꼬마들이야 장난처럼 빈병을 모으지만 술이나 음료업체에게 빈병은 회사의
수익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잘 활용하면 순익으로 남지만 깨뜨리거나 잃어버리면 생각지도 못한 "로스
(손실)"를 가져온다.

주당들이 즐겨 마시는 5백ml 맥주 한병의 소매가격은 1천1백원.

그러나 제조원가는 2백92원66전에 불과하다.

이중 병값이 6% 가량을 차지한다.

맥주회사가 유리병 제조업체로부터 구입하는 빈병의 가격은 개당 1백50원
이다.

이를 주세법상 8년동안 감가상각하니 매년 20원 정도가 병값으로 들어간다.

결국 병을 구입해 8년이상 쓰면 이익이 되고 못쓰면 손실이 된다.

술장사에서 20원의 로스는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맥주회사는 물론 음료업체들까지 빈병모으기에 혈안이다.

소매점에서 빈병을 가져오면 50여원의 공병보증금을 돌려주는 것도 공병회수
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그결과 맥주병은 95%, 소주병은 80%가 회수된다는게 업계의 추산이다.

OB맥주와 하이트맥주가 업계의 숙적이면서도 작년말부터 맥주병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도 빈병의 회수와 세척에 드는 인건비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은 병 하나이지만 로스와의 전쟁에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