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을 받고 팔겠다"

제일은행 매각을 주도해온 금융감독위원회와 원매자인 뉴브리지캐피털과의
시한을 넘긴 협상이 "제대로 팔겠다"는 금감위의 강한 집착으로 결말을 내지
못했다.

금감위는 약혼식(양해각서교환)을 치렀지만 밑지고 결혼한다는 내부의
비판을 의식, 결혼날짜를 일단 미뤘다.

일부에선 매각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본다.

결렬됐다는 시각도 있다.

뉴브리지는 유력한 인수자의 자리를 내주고 인수후보중 하나로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12일 자정으로 늦춰 잡았던 협상시한까지 결말을 내지 못한 금감위는
뉴브리지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압박카드를 썼다.

제일은행에 3조원 정도 공적자금을 넣기로 한 것이다.

제일은행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다.

제일은행은 자본잠식으로 은행기능을 못하고 있다.

뉴브리지와 매각협상을 타결지은후 공적자금을 넣으려 했으나 시간이 급해
방침을 바꿨다.

이같은 금감위 방침은 협상결렬이나 장기화에 대비한 조치란 점에서 미온적
인 뉴브리지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위는 협상시한 막판에 뉴브리지가 제시한 수정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자산평가에 대한 그간의 가격차이 (약 1조~2조원)도 완전히 좁히지 못한
터였다.

뉴브리지는 수정안에서 자산가치평가 등 이견부분을 빼고 향후 수익
일부를 정부에 환원하는 한두가지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로선 이를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다.

일부에선 타결가능성이 종전 50%였다면 지금은 40%로 낮아졌다고 추측하고
있다.

금감위는 그러나 "협상 결렬"이란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내비치고 있다.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 어떤 형태로든 매듭을 짓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재정경제부도 타결되는 쪽이 소망스럽다는 입장이다.

뉴브리지에 주었던 배타적 협상권은 없어졌다.

골드만삭스 리젠트 등 잠재적인 인수희망자들이 대기중이라는 설도 있다.

금감위는 세계 50대은행이라면 대타로 고려할만 하지만 투자펀드면 뉴브리지
보다 나을게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협상의 칼자루를 쥐고 뉴브리지와 막판 줄다리기를 시도할 전망이다.

8조원에 육박하는 국민혈세를 쏟아붓게 되는 만큼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입장은 더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일에 있을지 모를 청문회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는게 한 관계자
얘기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