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글라스 세실 노스(Douglass Cecil North) <1> ]

"경제변화의 속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실험실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 실험실은 바로 과거다"

- 노스의 논문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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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3년은 경제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의미 깊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경제사학은 전체 경제학계에서 이론경제학에 밀려 그
위상이 점차 축소되어가고 있었다.

대학원 과정에서 경제사를 필수과목에서 빼버리는 대학이 점차 늘어나는
처지였고 경제사를 전공하려는 학생들도 그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 해 발표된 노벨경제학상은 침체되어 있던 경제사학계에 일순
활력을 불어 넣었다.

경제사학자인 시카고 대학의 포겔과 워싱턴대학(세인트 루이스)의 노스가
공동수상자였던 것이다.

공식발표된 선정이유는 이들이 경제와 제도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하여
경제이론과 수리적 방법론을 경제사 분석에 적용함으로써 경제사 연구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것이었다.

포겔과 함께 노스는 초기에 이른바 신경제사학이라고 불리는 경제사 연구의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1950년대 말 미국의 NBER에 근무하면서 쿠즈네츠와 교류를 가졌던 노스는
1790년부터 1860년 사이 미국의 국제수지 문제를 계량적 관점에서 분석했고
1961년 마침내 그의 첫 저서인 "미국의 경제성장: 1790~1860"을 출간했다.

이 책은 수출중심의 성장모형에서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해
신고전파적 입장에서 분석한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된 즈음에서 신경제사학이 등장하면서 미국의 경제사학계에
새로운 바람이 일기 시작했던 것은 그저 우연한 일은 아니었다.

1957년 미국의 NBER과 경제사학회는 미국경제의 성장에 관한 수량적 분석을
주제로 학회를 열었고, 이같은 관심은 1960년 신경제사학의 탄생을 알리는
경제사학자들의 모임으로 이어졌다.

신경제사학은 한마디로 그 동안 역사학에 가까웠던 경제사를 경제학에
접근시킨 경제사의 연구방법론이다.

신경제사학자들은 이전의 경제사학자들과 달리 경제학 이론과 수량적, 혹은
계량적 분석을 경제사연구에 명백히 적용하고 있다.

경제발전의 과정을 통계자료에 근거해 분석하거나 추정하고, 여기에
경제이론을 적용하여 역사적 과정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평가하는 작업을
했다.

노스도 이같은 클리오메트릭스(계량경제사학.역사의 여신인 클리오와
계량경제학인 이코노메트릭스를 결합한 용어)의 정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앞서 언급한 그의 첫 저작 역시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는 워싱턴대학(시애틀)에서 강의하면서 대학원 경제사 전공에 신경제사학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많은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노스는 60년대 말 미국경제사에서 유럽경제사 쪽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기존의 신고전파적 경제분석에 문제를 느끼게 되었다.

새로운 분석의 틀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고 이것이 그가 나머지 연구인생을
바쳤고, 또한 그에게 노벨상을 가져다준 신제도학파적 방법론의 시작이었다.

노택선 < 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san.hufs.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