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교들이 재기의 기틀을 다지고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시절 정부의 화교억제정책으로 홀대받으며 뿔뿔이 흩어졌던
화교들.

IMF관리체제이후 한국의 대외정책이 대전환을 하자 화교들이 세계의 화교
상권과 한국경제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다짐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화교기업인들은 지난 14일 산업자원부로부터 한국화교
경제인협회 설립인가를 받았다.

오는 27일 창립기념식이 개최된다.

화교들이 정부의 인가를 받아 비영리 사단법인을 출범시키기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이 협회는 한국에 진출한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모임인 주한미상공회의소나
주한EU상공회의소처럼 화교경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동시에 한국 경제발전
에도 기여하게 된다.

위안궈둥 협회이사장은 "한국은 중국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화교가 제일 적은
나라"라며 "한국에 대한 화교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고 한국기업이 중국 등으로
진출할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홍콩 등 화교경제권이 급성장한 데다 국민의 정부들어 외국인투자를
대폭 자유화하는 등 개방정책이 실시된 것이 계기가 됐다.

위안 이사장은 "그동안 한국 정부로부터 소외된데다 한국과 대만과의
단교이후 중국과 대만 어느 쪽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해 불만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새정부 출범이후 한국정부에 우호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소개
했다.

협회는 내달부터 본격적인 외국인투자유치활동을 벌인다.

6월중순 싱가포르에 있는 세계화상협회 본부를 방문한뒤 7월에는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화교상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투자를 유치할 예정
이다.

협회관계자는 "화교를 박해했던 나라라는 인식을 씻도록 하는게 제일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 협회는 첫번째 사업으로 인천시와 함께 송도 미디어밸리에 챠이나 타운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5만평의 부지에 5만명의 화교가 거주할수 있는 이 타운은 화교자본을
중심으로 한 외자를 유치해 지어진다.

위안 이사장은 이미 대만 최대의 부동산회사인 신리엔양그룹 린 징 웨이
총수가 차이나타운 건설에 3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싱가포르의 화교가 운용하는 한 카지노그룹도 5억달러가량 투자해 송도에
카지노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모두 화교들의 개인적인 친분을 토대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또 미국 등 각지로 흩어진 한국화교들을 자신들의 본거지인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50년대초 한때 50만명에 달했던 화교들은 62년 화폐개혁과 외국인토지취득을
제한한 토지법개정을 계기로 재산을 상당부분 잃은채 해외로 이주했다.

현재는 2만5천명이 출입국관리소에 등록해 있고 거의 대만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산동성출신이 대부분인 이들은 중국식당 도.소매점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다.

일부가 한의원 학자등 전문직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말을 할줄 알고 한국문화에 익숙한 한국화교중 해외로 이주한 화교는
약10만여명으로 미국에 8만여명, 대만에 2만여명 정도가 살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서도 코리아타운 근처에 자리를 잡는 등 한국인과 가까이
있다.

위안 이사장은 "장기거주하고 있는 화교들이 단기거주하는 외국인들처럼
2년에 한번씩 재입국비자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문제"라며 "영주권법을 제정해
장기거주 외국인을 포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