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가 홍은진씨 ''내 PC 장만하기'' ]

"어머 얘 넌 아직 이메일 주소도 없냐"

친구들의 핀잔을 견디다 못한 "예쁜 백수" 은진씨가 작전을 개시했다.

컴맹 넷맹을 벗어나기 위해 컴퓨터를 사기로 한 것이다.

97년 말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지내다보니 무엇보다
컴퓨터가 필요해진 게 동기가 됐다.

은진씨는 귀국후 아이들에게 성악을 가르치는 "알바" 일을 하고 있다.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컴퓨터를 몰라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

짬짬이 들어오는 이탈리아어 번역 일에도 재미를 붙이고 있다.

하지만 잘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도움받을 곳이 필요했다.

음악에 대한 자료들, 악보 등을 미국에 있는 유수 음악대학, 도서관에서의
검색 및 구입 등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컴맹이라 어떤 컴퓨터를 어디서 얼마에 사야되는지 알 수 없었다.

컴퓨터 값은 대략 2백만원선이라고 들었다.

그래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

컴퓨터를 잘 알고 있는 남동생을 앞세우고 컴퓨터 구입에 나서기로 했다.

동생은 용산전자상가로 안내했다.

테크노마트, 대기업 컴퓨터대리점 등에서도 살 수 있지만 용산 전자상가에는
온갖 컴퓨터 부품들이 다 있고 완제품, 조립품 등을 골라서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용산 전자상가에 나와 우선 카탈로그들을 모았다.

삼성 대우 LG 삼보 등 대기업 제품과 현주, 주연등 중소규모 컴퓨터
전문업체들의 컴퓨터 사양들을 비교했다.

조립컴퓨터를 전문으로 하는 업소에 들어가 2백만원선에서 만들 수 있는
컴퓨터 견적도 뽑았다.

가격과 컴퓨터 성능, 그리고 애프터서비스를 비교한 결과 대기업 제품은
품질을 믿을 수 있고 애프터서비스에서 우수했지만 값이 비쌌다.

중소조립업체의 제품은 싸긴 했지만 원하는 성능이 나올지 그게 문제였다.

은진씨는 고심끝에 조립 컴퓨터로 결정했다.

그래도 필요한 기능을 골라 싸게 살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CPU는 펜티엄II 350MHz를 주문했다.

그 정도는 돼야 웬만한 프로그램이나 게임을 할수 있다는 동생의 조언이
있었다.

메모리는 64MB.

메모리를 많이 쓰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넉넉하게 잡았다.

하드디스크는 6.4GB를 선택했다.

요즘 PC는 대부분 이 제품을 쓰는데다 가격도 많이 떨어져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음악 파일들을 많이 저장하려면 그 정도는 돼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메인보드는 앞으로 몇 년간 쓰다가 업그레이드를 할 요량으로 최신형을
채용했다.

메인보드가 확장성이 없으면 앞으로 다른 부품들을 추가하거나 CPU 등을
업그레이드할 때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픽카드(VGA카드)는 남동생과 함께 게임을 즐길 생각으로 부두(voodoo)
2칩이 달린 8MB짜리로 샀다.

제조업체에 따라 값이 몇배씩 달라 혼란스러웠지만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중저가 제품을 구입했다.

모니터는 넓은 화면이 보기에도 좋다고 해서 평면 17인치 제품을 샀다.

시야가 넓고 눈에 피로도가 덜했다.

값이 다소 비싼게 마음에 걸렸지만 한번 사면 계속 사용하는 것이어서
큰 맘먹고 결정을 내렸다.

사운드카드는 음질이 좋고 성능이 좋은 PCI방식으로 골랐다.

음악을 전공했고 앞으로도 음악에 관한 작업을 컴퓨터로 할 생각이 있어서
품질좋은 사운드카드는 필수적이다.

거기에 맞춰 56K모뎀, 32배속 CD롬 등을 넣었다.

내 컴퓨터 만들기는 두시간만에 끝났다.

동생과 둘이서 낑낑대며 컴퓨터를 택시에 싣고 집으로 왔다.

이제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 된다.

은진씨는 꿈에 부풀어 있다.

< 김병언 기자 misae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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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은진(27.미혼) 신상명세 ]

- 서울예전 방송연예과 졸업
-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졸업
- 로마 예술 아카데미 졸업
- 서울 은평구 갈현동 거주
- 현재 아이들 성악지도, 이탈리아어 지도 및 번역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