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3대 육류 공급업체인 미국 몬포트로부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는 국내
유통업체에 초비상이 걸렸다.

몬포트에서 수입한 쇠고기가 "상표권 도용" 문제로 세관에 묶여 통관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관에 묶여 있는 물량만도 1천여t에 달한다.

여기에다 미국에서 선적 대기하고 있는 엄청난 물량의 수송도 연쇄적으로
지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몬포트가 우리나라에 수출하고 있는 물량은 연간 수입쿼터량 20만6천t의
30%가량인 6~7만t에 달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사건이 하루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내 수입육류 가격이
불안해진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건발단 =지난 93년 한국 특허청에 "몬포트"라는 상표를 등록한 김갑수씨
가 몬포트의 육류를 통관시켜선 안된다고 관세청에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미국에 몬포트코리아 비프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지난 3월초
"몬포트 상표는 내가 등록한 것이기 때문에 같은 상표로 한국에 수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통관보류 신청을 냈다.

관세법 146조 2항에는 동일상표의 제품이 들어올 경우 상표권자 등은
통관보류를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통관보류와 파장 =관세청은 김씨의 요구를 받아들여 4월초부터 몬포트의
육류를 통관시키지 않고 있다.

한국은 상표를 먼저 등록하는 사람이 권리를 갖는 선점주의와 등록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국내 수입업체들은 물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현재 동양글로벌이 수입한 1백62t을 비롯해 농축산물공급센터
36t, 네르프 24t, 더그린월드상역의 18t이 묶여 있다.

축산물유통사업단 축협중앙회 한국식육유통 등 대량수요처의 수입분을
합치면 묶여있는 물량은 10여개 업체의 1천여t에 달한다.

이들이 상반기 안에 수입하겠다고 신고한 물량도 한국식육유통 2천1백18t,
동양글로벌 8백82t, 농축산물공급센터 5백76t 등 5천여t에 달해 연쇄적인
파장이 우려된다.

이미 시중 수입쇠고기 값은 상당히 올랐다.

지난 3월말 kg당 1만1천원선이던 수입소갈비 값이 요즘은 1만4천원으로
25~30% 올랐다.

5kg 짜리 수입갈비셋트도 7만8천원에서 9만8천원으로 올랐다.

<>법정으로 비화 =몬포트코리아 비프는 미국 몬포트가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3월말 법원에 수입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또 이달초엔 국내 수입사인 한국식육유통 등 3개회사를 상대로 상표권침해
금지및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미국 몬포트와 국내 수입업체들도 공동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13일 김&장 합동법률사무소의 정여순 변호사를 통해 서울
지방법원에 "수입 등 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몬포트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육류수출업체라며 김씨측의 상표권 주장을
일축했다.

가처분 신청에 대해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박재윤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몬포트코리아는 수입을 방해해선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상표권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통관보류로 수입회사들이 입을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대해 몬포트코리아측 소송대리인인 박상기 변호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하자가 없다"며 이의신청을 낼 것 임을 시사했다.

<>관세청입장 =가처분 결정은 아직 법적인 효력이 없어 현재로선 통관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관세법에 상표권자의 허락없이는 같은 상표로 수입된 상품을 통관시킬
수 없게 돼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가처분 결정은 김갑수씨에게만 효력을 미치지만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에서 결정이 내려져야 따를 수 있다는 태도다.

결말은 법정에서 이루어지겠지만 한동안 몬포트의 쇠고기는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씨측이 가처분이의신청을 내면 사정은 더욱 꼬이게 된다.

만일 사건이 장기화된다면 수입쇠고기 값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통관지연에
따른 쇠고기수입 감소가 한.미간의 무역마찰로 비화될 소지도 있다는 게 수입
업체의 주장이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