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사업가 되어라 ]

벤처기업은 주로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에 의해 이뤄지는 창업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창업에 나서는 것이다.

그래서 벤처창업을 "기술자 창업"이라고도 부른다.

벤처창업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기술력만 믿고 섣불리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이다.

경영능력에 대한 준비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은 창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창업자의 기술력
보다 경영능력을 중시한다.

뛰어난 경영능력만 준비돼 있다면 기술이나 자금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벤처기업도 첨단기술이 확보돼 있다는 점만 빼놓는다면 다른 일반기업과
다를 게 없다.

벤처기업도 기업인 만큼 기업관리도 필요하고 영업력도 확보돼야 한다.

벤처창업자에게도 경영능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또 벤처창업자가 주의해야 할 함정은 자신감은 갖되 자만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발명가나 예술가가 한 분야에서 크게 성공했다고 해도 기술 또는 예술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했다는 것이지 결코 경영의 전문가는 아니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발명가나 예술가는 자신의 경영능력을 쉽게
맹신한다.

필자가 많은 발명가를 만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자신의 기술력만
믿고 무턱대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사실이다.

가장 위험한 징조는 "나는 뛰어난 발명을 했다.

난 머리가 좋으니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

그러니 나만 믿고 따라 오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그런 경우 기술이나 예술분야에선 큰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세계에서는 철저히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많은 특허기술을 개발해 한국의 에디슨이라 불리는 H씨는 수년전 창업전선
에 나섰다가 실패하고 지금은 발명전문가로만 활동하고 있다.

발명 분야에선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은 그였지만 노사갈등과 자금관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실패의 쓴 맛을 봐야 했던 것이다.

"사업가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몇 년간의 사업을 통해
그가 얻은 결론이다.

국내 최초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총장상을 수상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발명가 B씨는 자신의 발명품을 사업화했지만 동업자와의 불화 끝에
지금은 야인으로 돌아가 있다.

세계적 발명가로 평가받은 그였지만 동업의 벽을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또 국내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드라마 "모래시계"의 감독 K씨 역시
대기업과의 동업에 실패하고 지금은 사업에서 거의 손을 뗀 상태다.

방송국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마다하고 용감하게 창업전선에 뛰어든 그였지만
영화계가 갖는 생리적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에 반해 한국의 메디슨이나 일본의 도시바는 기술자 창업이면서도 유능한
외부 경영인력을 적절히 영입해 큰 성공을 거둔 경우다.

발명가나 예술가는 벤처창업에 뛰어들기 전에 자신에게 충분한 기업경영
능력이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경영인력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해야 한다.

흔히 동전의 양면에 비유되는 기술능력과 경영능력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곳에 존재하는 요소다.

벤처창업의 성패는 두 요소가 갖는 이질감을 어떻게 극복하고 또 조화롭게
도출해 내느냐에 달려있다.

< 광운대 창업지원센터 전문위원 stealth@daisy.kwangwoon.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