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김빠진 페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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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페리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른바 페리보고서를 내놓는 시기 방법 내용 등 그 어 느 것 하나도 확신을
가지고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극도의 의구심을 표현하는 사람들중에는 "페리보고서라는 실체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이냐"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물론 페리와 한국 일본의 안보관계자들이 하와이에 모여 보고서의 최종내용
을 조정했을 뿐 아니라 그 전에도 이미 한국과 일본정부에는 그 골격이
전달됐다는 점에서 보고서자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검토본일 뿐이다.
미국이 최종 열람자인 북한을 대상으로 한 최종 진본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을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문은 아직까지 강하게 남는다는 지적이다.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내놓는 사람 입장에선 최선의 카드라고 생각하겠지만 북한이 이를 일거에
외면해 버리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
국가간의 조약조차도 쉽게 무시되는 대북한관계라는 특수 상황에서 "전략적
제의서(proposal)"에 불과한 페리보고서가 국제적 "망신보고서"로 둔갑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자존심 강한 미국인들에겐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 요인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북한을 응징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그 피해가 엉뚱하게도
남한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미국의 고민이자 딜레마다.
미사일발사 금창리 지하시설구축 끊임없는 대남도발 등으로 이어지던 과거
상황에선 페리보고서가 획기적 제안유무에 상관없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닐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북한은 지하시설에 대한 사찰에 동의했을 뿐 아니라 4자회담에도 적극
나오고 있다.
더욱이 한반도 밖으로 눈을 돌리면 "채찍과 당근"을 양손에 들어야 할
미국의 모든 눈과 귀는 코소보에 묶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페리보고서가 지닌 파괴력이 반감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미국의회는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에 당하기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당근만 줬지 채찍을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의회의 비난이었다.
윌리엄 페리를 대북정책조정관으로 내세우고 그로 하여금 새로운 전략을
세워보라고 한 것은 의회와 클린턴간의 이같은 알력을 중화시켜줄 수 있는
"국내정치적 수단"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페리보고서는 태생부터가 미행정부와 의회간의 "정치적 게임"의 부산물
성격이 짙었다는 뜻이다.
페리는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 미국지도자들과 페리보고서문제를 논의한 홍순영외교부
장관은 "페리대북정책조정관이 평양에 그의 보고서를 들고 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썼다.
어떤 카드를 어떻게 그리고 어떤 모양새로 내놓을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같은 분위기는 페리보고서(review)라는 용어가 상황에 따라 "페리 보따리
(package)" 또는 "페리 임무(mission)" 등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는데서도
읽을 수 있다.
페리가 김정일등 북한 지도부에 당근과 채찍을 문서의 형태로 제시하고
돌아오면 페리보고서는 문자 그대로 보고서가 되겠지만 미국이 문서형식이
안고 있는 내재적 리스크를 의식, 이 과정 자체를 생략하면 보다 광범위한
개념의 "페리임무(mission)"로 뒤바뀐다.
보고서보다는 페리의 협상능력자체에 무게가 실리는 형태로 구도가 바뀔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페리보고서는 그저 허상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리고 대북한 대화의 틀은 기존의 협상 틀과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
중요한 사실은 페리가 요술방망이를 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이 페리보고서 하나로 넘어갈 상대도 아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한국 정부가 페리보고서에 거는 기대는 적지않다.
"페리보고서는 남북관계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
홍순영 장관의 평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페리보고서 속에 북한이 무시하기 어려운 "채찍과 당근"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밥상을 평가하는 것은 결국 북한이고 모든 것은 그들의 호불호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왔다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 워싱턴 양봉진특파원 http://bjGloba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
이른바 페리보고서를 내놓는 시기 방법 내용 등 그 어 느 것 하나도 확신을
가지고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극도의 의구심을 표현하는 사람들중에는 "페리보고서라는 실체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이냐"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물론 페리와 한국 일본의 안보관계자들이 하와이에 모여 보고서의 최종내용
을 조정했을 뿐 아니라 그 전에도 이미 한국과 일본정부에는 그 골격이
전달됐다는 점에서 보고서자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검토본일 뿐이다.
미국이 최종 열람자인 북한을 대상으로 한 최종 진본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을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문은 아직까지 강하게 남는다는 지적이다.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내놓는 사람 입장에선 최선의 카드라고 생각하겠지만 북한이 이를 일거에
외면해 버리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
국가간의 조약조차도 쉽게 무시되는 대북한관계라는 특수 상황에서 "전략적
제의서(proposal)"에 불과한 페리보고서가 국제적 "망신보고서"로 둔갑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자존심 강한 미국인들에겐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 요인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북한을 응징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그 피해가 엉뚱하게도
남한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미국의 고민이자 딜레마다.
미사일발사 금창리 지하시설구축 끊임없는 대남도발 등으로 이어지던 과거
상황에선 페리보고서가 획기적 제안유무에 상관없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닐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북한은 지하시설에 대한 사찰에 동의했을 뿐 아니라 4자회담에도 적극
나오고 있다.
더욱이 한반도 밖으로 눈을 돌리면 "채찍과 당근"을 양손에 들어야 할
미국의 모든 눈과 귀는 코소보에 묶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페리보고서가 지닌 파괴력이 반감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미국의회는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에 당하기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당근만 줬지 채찍을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의회의 비난이었다.
윌리엄 페리를 대북정책조정관으로 내세우고 그로 하여금 새로운 전략을
세워보라고 한 것은 의회와 클린턴간의 이같은 알력을 중화시켜줄 수 있는
"국내정치적 수단"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페리보고서는 태생부터가 미행정부와 의회간의 "정치적 게임"의 부산물
성격이 짙었다는 뜻이다.
페리는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 미국지도자들과 페리보고서문제를 논의한 홍순영외교부
장관은 "페리대북정책조정관이 평양에 그의 보고서를 들고 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썼다.
어떤 카드를 어떻게 그리고 어떤 모양새로 내놓을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같은 분위기는 페리보고서(review)라는 용어가 상황에 따라 "페리 보따리
(package)" 또는 "페리 임무(mission)" 등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는데서도
읽을 수 있다.
페리가 김정일등 북한 지도부에 당근과 채찍을 문서의 형태로 제시하고
돌아오면 페리보고서는 문자 그대로 보고서가 되겠지만 미국이 문서형식이
안고 있는 내재적 리스크를 의식, 이 과정 자체를 생략하면 보다 광범위한
개념의 "페리임무(mission)"로 뒤바뀐다.
보고서보다는 페리의 협상능력자체에 무게가 실리는 형태로 구도가 바뀔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페리보고서는 그저 허상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리고 대북한 대화의 틀은 기존의 협상 틀과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
중요한 사실은 페리가 요술방망이를 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이 페리보고서 하나로 넘어갈 상대도 아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한국 정부가 페리보고서에 거는 기대는 적지않다.
"페리보고서는 남북관계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
홍순영 장관의 평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페리보고서 속에 북한이 무시하기 어려운 "채찍과 당근"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밥상을 평가하는 것은 결국 북한이고 모든 것은 그들의 호불호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왔다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 워싱턴 양봉진특파원 http://bjGloba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