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슨과 모빌이 울린 "모닝콜"에 놀라 잠을 깬 것은 브리티시피트롤리엄
(BP)과 아모코였다"

지난해초 엑슨-모빌간의 합병소식이 나돌면서 석유메이저들이 바짝
긴장했지만 일년이 지난 지금 정작 합병한 것은 BP아모코임을 두고 하는
말이다.

BP와 아모코는 지난해 8월 BP가 아모코를 흡수 통합한다는데 합의했다.

이후 4개월여만에 세부협상을 마무리짓고 올들어 BP아모코로 거듭났다.

M&A(매수합병) 규모는 5백50억달러.당초 예상에서 약 70억달러가 추가됐다.

새로 탄생한 BP아모코는 싯가총액 1천4백억달러에, 종업원 10만명을 거느린
세계3위의 석유메이저가 됐다.

BP아모코는 지난 11일 합병효과를 가늠할 최초의 성적표인 1.4분기 경영실적
을 발표했다.

시장이 주목하고 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결과는 7억6천1백만달러의 순익.

1년전 같은 기간보다 41%나 감소한 수치였다.

존 브라운 회장은 그러나 실적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기록적으로 낮은 원유가와 정유사업의 박한 마진을 감안했을 때 매우
휼륭한 데뷰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의 반응도 대체로 브라운 회장의 자평을 인정했다.

무엇보다 회사가 당초 예상했던 순익규모(6억2천만~7억3천만달러)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평가는 올들어 BP아모코가 기울인 구조조정노력을 보면 보다 쉽게
수긍이 간다.

회사는 올초 20억달러의 비용절감과 1만명 감원을 내용으로 한 구조조정계획
을 발표했다.

두 회사가 중복투자했던 설비를 과감히 줄이고 인원도 조정했다.

1만명 감원은 지난해 8월 합병에 합의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4천명이
늘어난 것이다.

주로 과거 아모코의 직원들이 대상이며 1.4분기중에만 대략 6천명이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브라운 회장은 비용절감 측면에서도 시한을 2년이내에서 올해안으로
앞당기고 절감액도 4억달러를 더 추가시켰다.

구조조정과정에서 아모코의 임원들은 대부분 물갈이됐다.

전 아모코 회장이었던 레리 펄러는 현재 BP아모코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지만
내년 퇴임이 기정사실화돼 있다.

빌 로우리 사장, 엔리크 소사 화학부문사장, 짐 플리그 전략담당임원 등
과거 아모코의 실세들이 모두 회사에서 떠났거나 조만간 물러난다.

이밖에도 회사를 이탈한 아모코 출신의 중견간부들은 이름이 알려진
경우만도 수십명이다.

브라운 회장은 이처럼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퇴직보상금으로 총
7억2천만달러를 지출했다.

일례로 빌 로우리 사장은 6백만달러를 챙겼다.

결국 BP아모코가 올린 1.4분기 순익은 총 8억6천만달러에 달했던 일시적인
구조조정비용을 써가면서 챙긴 "알토란"같은 이익인 것이다.

더구나 이 기간중 평균 국제유가는 전년동기보다 배럴당 3.20달러나
낮았으며 정유마진도 배럴당 80센트가 적었다.

브라운 회장은 지난 3월말 미국의 애틀란틱 리치필드를 추가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제시한 인수가격은 2백50억달러.

애틀란틱 리치필드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번 합병은 오는
8월말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올들어 국제유가의 상승은 BP아모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금처럼 감산합의를 지켜 준다면 연말까지는
지난해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은 미완이지만 BP아모코의 "성공"은 석유메이저들의 대형 M&A를 한층
자극하고 있다.

엑슨과 모빌의 통합은 이달말 주총을 거쳐 올 하반기에는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외톨이가 된 로열더치쉘은 셰브론 텍사코 등을 대상으로 몸집불리기를
추진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셰브론과 텍사코가 자기들끼리 합병을 추진한다는 소문도
시장에 무성하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