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음주문화는 유별나다.

술잔을 돌리고 섞어 마시고 밤 늦도록 이곳 저곳 옮겨다니며 마시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주는 대로 마시다간 자칫 몸을 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샐러리맨들은 술잔을 피할 수 없다.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해 나온 것이 숙취해소음료다.

숙취해소음료 수요는 술 소비와 비례하게 마련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그만큼 숙취해소음료 소비도 늘어난다.

경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기가 위축되면 숙취해소음료 소비도 줄고 경기가 살아나면 이 음료의
소비가 늘어난다.

숙취해소음료시장은 "IMF(국제통화기금) 불황"을 거치는 동안 극심한
구조조정을 거쳤고 최근에야 경기회복에 힘입어 살아나고 있다.

숙취해소음료가 첫선을 보인 것은 93년 3월.

제일제당이 "컨디션"을 내놓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컨디션"은 첫해에 8백만병이나 팔렸다.

이듬해 2월까지 1년간 누적판매량은 1천만병.

술 마신다는 사람치고 "컨디션" 마셔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제일제당의 "컨디션"이 호평을 받자 이듬해부터 참여업체가 급격히
늘어났다.

미원(지금의 대상)은 "아스파", LG화학은 "비젼", 조선무약은 "솔표
비즈니스", 두산은 "알지오"를 내놓았다.

숙취해소음료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참여업체는 20개를 넘어섰다.

시장 규모는 93년 1백억원에서 이듬해 5백40억원으로 급팽창했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이 파국을 초래했다.

숙취해소음료 업체들은 서로 시장을 많이 차지하려고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뜨겁게 달아오르던 경기마저 97년말 IMF사태가 터지면서 싸늘하게 식었다.

이때부터 "주당"들은 술집을 피하기 시작했다.

어쩌다 술을 마셔도 숙취해소음료를 찾지 않고 몸으로 버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상황이 달라져 이익을 내기 어렵게 되자 이 시장에서 발을 빼는
업체가 속출했다.

살아남은 업체는 제일제당 대상 조선무약 그레미 등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업체 수가 줄어들면서 경쟁 양상도 시들해졌다.

그러나 최근 경기가 살아나면서 숙취해소음료를 찾는 소비자는 다시 늘고
있다.

"컨디션"의 경우 작년 하반기 월평균 80만병에 그쳤던 판매량이 지난 봄
월평균 1백만병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1백20만병에 달했다.

숙취해소음료시장은 극심한 구조조정을 겪은 뒤 "컨디션"이 독주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제일제당은 선발업체로서의 이점과 탄탄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불황기에
오히려 입지를 굳혔다.

현재 숙취해소음료 시장에서 제일제당의 "컨디션"이 차지하는 비율은 80%에
달한다.

제일제당은 수요가 살아남에 따라 최근 텔레비전에 "컨디션" 광고를 다시
내보내기 시작했다.

또 상반기중 숙취해소 기능을 강화한 새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이 시장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움직이는 업체로는 제일제당 이외에 그레미를
꼽을 수 있다.

그레미는 지난 2월부터 텔레비전에 숙취해소음료 "여명808"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 회사는 약국과 편의점을 통해 "여명808"을 판매한다.

대상은 약국에서만 "아스파"를 팔고 있다.

올해 숙취해소음료 시장은 전성기의 25%선인 1백50억원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