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가 일본의 "미야자와 플랜"을 통한 외자유치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대우는 대우중공업의 조선부문 지분매각과 관련, 일본조선업계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일본수출입은행으로부터 35억~40억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20일 대우 고위관계자는 "대우중공업이 일본의 미쓰이 가와사키 등 유수한
조선업체들과 공동으로 법인을 설립, 이 회사에서 일본수출입은행으로부터
40억달러 가량의 론을 대출받아 대우의 조선부문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법인은 한국과 일본측이 각각 5억달러씩을 출자해 설립되며
대우는 5억달러어치를 조선부문에서 현물출자한다.

신설법인은 일본수출입은행으로부터 받는 대출금으로 대우의 조선부문을
인수하게 된다.

일본수출입은행에서 차입할 자금 규모는 대우의 조선부문 가격을 어느
정도로 산출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현재 35억달러~40억달러 선에서 김우중 회장이 일본업계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부문의 가격을 40억달러라고 보고 이를 일본수출입은행에서 지원
받는다면 한일합작조선법인은 납입자본 10억달러, 부채 40억달러, 총자산
50억달러의 독립법인으로 출발하는 셈이다.

대우중공업은 50%의 지분을 가지고 한일합작조선사의 경영권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조선업계는 위기에 처한 자국 조선산업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대규모
합작이나 해외업체인수를 모색하고 있다.

대우의 조선부문 인수와 관련, 미쓰이 뿐만아니라 가와사키 등 몇개 업체가
더 거론되고 있다.

일본수출입은행은 미야자와플랜에 따라 한일합작사의 대우조선부문인수자금
을 대출해줄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작사는 추후 중국 조선업계도 끌어들여 한.중.일 3국의 합작조선사로
만든다는 구상이라고 대우관계자는 밝혔다.

일본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 3백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하는
"미야자와 플랜"을 발표, 그중 절반 이상이 집행됐다.

일본은 이밖에도 1백억~3백억달러를 추가 출연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가 당초 예상 보다 조기에 조선부문 외자유치 계획에 가닥을 잡게 된
것은 최근 조선부문 등 그룹의 경영 및 자금사정이 호전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조선부문의 경우 올들어 지난 4월까지 매출1조1천5백억원, 영업이익
2천2백1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차량 기계부문을 포함한 대우중공업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2천5백55억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조선부문에서 올해를 통틀어 6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그룹 전체의 자금사정도 호전되고 있다.

대우는 20일 만기도래한 신디케이트론 1억5천만달러를 전액 상환했다.

대우는 당초 이 차입금의 만기연장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금리조건이
국내보다 나빠 갚았다.

계열사 매각 계획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당초 경주힐튼호텔을 합해 3천억원대에 팔기로 했던 서울힐튼호텔의 경우
제너럴 메리디언 홀딩 외에 미국 힐튼호텔 등 3~4군데가 적극적으로 나와
서울힐튼만 단독으로 3천억원 이상을 받고 팔수 있게 됐다고 대우 관계자는
밝혔다.

그는 (주)대우가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35%)의 해외매각 협상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9천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채자영 기자 jychai@ 권영설 기자 yskw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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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 미야자와 플랜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대장상이 아시아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연차총회에서 제시한 방안이다.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3백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같은 지원은 아시아 경제위기가 일본기업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도 근거하고 있어 일본기업에 대한 우회적인 지원의 성격도 없지 않다.

현재 이중 절반 이상이 각국에 지원됐으며 일본은 추가로 2조엔(170억달러)
을 지원할 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