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가부도 지경에 빠져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수혈받은지 21일로 1년반이 됐다.

지난 1년반동안 한국은 뼈를 깎는 고통속에 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최근에는 성장률이 4%대로 올라서는 등 회복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용, 설비투자 등의 부문에서는 아직도 "환란의 상흔"이 아물지
않고 있다.

주요 지표를 통해 "IMF체제 1년6개월"의 변화를 살펴본다.

<> 금융.외환부문의 회복 =환란 초기와 비교할 때 "상전벽해"의 변모를
보인게 금융.외환부문이다.

97년 4분기에 30%까지 치솟았던 콜금리는 작년 2분기부터 급속히 안정을
되찾아 지금은 4%대의 초저금리를 지속하고 있다.

덕분에 97년12월 2%를 넘어섰던 서울지역 어음부도율도 지난 3월에는 0.1%
까지 떨어져 IMF사태 이전 수준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한때 달러당 2천원을 넘어섰던 환율도 이제는 1천2백원선에서 안정된
모습이다.

가용 외환보유고 역시 97년말의 89억달러에서 현재는 5백74억달러로
불어났다.

환율 방어를 위해 외자유입을 억제해야 할 정도다.

가장 극적인 반전은 증시에서 일어났다.

200선까지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가 700선으로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덕분에 상장주식의 싯가총액은 97년말의 71조원에서 지난 19일에는
2백6조원으로 늘어났다.

<> 살아나는 실물경기 =금융.외환부문의 회복에 힘입어 실물경기도 소생
기미를 보이고 있다.

IMF체제 이후 지금까지의 분기별 경제성장율 곡선은 "U자형"을 그리고 있다.

작년 2분기의 마이너스 7.2%, 3분기의 마이너스 7.1%가 저점이다.

문제는 작년 4분기(마이너스 5.3%)와 올 1분기(4.6%)의 "기울기"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무려 9.9%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경제활동별로는 소비지표가 가장 먼저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12.7% 감소했던 도소매판매액이 올 1분기에는 6% 증가세로 돌아섰다.

산업생산 역시 작년 내내 감소세를 면치 못하다가 올 1분기에 갑자기 12.3%
나 증가했다.

제조업가동률도 지난해 68.1%까지 떨어졌으나 지난 3월 74.6%에 달하는 등
70%대를 회복했다.

과열이나 거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투자지표가 여전히 수면밑에 머물고 있는 점이 걱정된다.

<> 여전한 실업대란 =실물경기의 회복속도와 달리 고용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97년11월 57만4천명이던 실업자 수가 최고 1백75만명까지 늘어났다.

실업률로 비교하면 97년11월이 2.6%, 올 2월이 8.7%다.

지난달에는 다소 호전됐다고 해도 여전히 1백55만명의 산업예비군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나마 취업자들의 고용상태도 임시직.일용직이 절반을 넘어 언제 다시
실업자로 전락할지 모르는 상태다.

취업자들의 주머니사정도 어려워졌다.

월평균 명목임금이 97년 4분기의 1백48만원에서 올 1월에는 1백40만원으로
줄었다.

반면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4.0%가 상승해 실질임금을 더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