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증권시장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투자자들의 합리적 투자선택이 최적의 가격을 찾아내고 그 결과
유휴자본이 생산 자본으로 전환되는 그런 증권시장이다.

다른 하나는 루머가 난무하고 증권 범죄가 횡행하는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투기시장의 모습이다.

최근들어 이 후자의 시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신문기자가 내부자 거래를 통해 수억원을 벌어 검찰에 적발된 것을 비롯
상장기업 관계자가 투기꾼들과 짜고 주가를 조작한 불공정거래 사건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음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바로 워크아웃을 신청해 투자자들에게 악의적
피해를 입히는 상장 기업까지 등장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불공정 거래가 크게 늘고있는 것은 주가가 급등하고 일반투자자들이 대거
증시로 뛰어들면서 범죄꾼들의 활동공간이 그만큼 넓어진데다 기업공시등
투자 정보의 공개절차가 아직도 불투명한 점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당국이 증권 범죄에 대해 지극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도 하나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기업구조 개선이나 은행매각등 소위 힘이 실리는 일에는 매우
적극적이면서도 고유업무의 하나인 주가조작이나 증권사기등 증권범죄 예방
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감원이 일부 기업의 주가조작을 밝혀내기도 했지만 감독원 통합과 더불어
증권시장 관리기능이 오히려 크게 퇴색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최근 높은 인기를 끌고있는 뮤추얼 펀드와 주식형 수익증권등에 대한 당국의
태도만 해도 마찬가지다.

투자회사들이 내세우는 수익률을 따라 수십조원의 뭉칫돈이 움직이고 있지만
과연 그 "수익률"이 믿을만 한지 어떤지에 대해 당국은 아무런 말이 없다.

상장기업 정보는 말할 것도 없고 투자자들의 자산운용 실적에 대한 공시
체계조차 큰 구멍이 뚫려있다는 얘기다.

물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처럼 상장기업의 분기별 결산 공시제도를
도입하고 투자회사들의 수익률 허위공시를 증권사기로 처벌하는 등의 제도를
당장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법체계가 달라 주가조작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조사 활동에도 한계가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의 법체계내에서라도 공시제도를 강화해 정보의 음지를 줄이고
증권범죄 예방및 조사체계를 전면 손질하는등 감독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