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봄과 가을 두차례씩 두 종류의 패션쇼가 열린다.

그중 하나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며 판매가 우선 목적인 기성복쇼
프레타포르테다.

또 하나는 판매보다 창작력을 가리는 디자이너들의 잔치 오트쿠티르다.

지방시는 이 오트쿠티르로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최고급 디자이너
브랜드로 자존심을 지켜오고 있다.

1952년 이 브랜드의 창시자 위베르 드 지방시는 파리 8번가에서 자신의
오트쿠티르 라인을 야심적으로 선보이며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당시 파리 패션계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한 지방시는
곧 세계 최고의 명품인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는다.

화려한 모양과 색의 조화, 볼륨있는 디자인의 어울림 그리고 재질의 대비는
이때부터 지방시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는다.

이후 정통 파리 패션의 길을 걸어오던 지방시는 96년 신예 알렉산더 맥퀸을
수석 디자이너로 기용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된다.

존 갈리아노의 뒤를 이어 지방시 하우스의 수석 디자이너로 채용된 맥퀸은
패션계의 이단아로 불릴 정도로 파격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젊은 디자이너.

그와 전통을 중시하는 지방시의 만남은 패션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빈민가 출신인 맥퀸은 런던 세인트 마틴 아트 스쿨에서
수학한 후 불과 16세의 나이에 재단사로 패션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전형적 자수 성가형인 그는 영국인 디자이너로서의 핸디캡을 딛고 일어나
패션계를 선도하는 신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던 중 지방시에 스카우트된
것이다.

맥퀸은 주변의 우려를 씻고 지방시에 합류함으로써 새로운 디자인 룰과
철학이 가미된 패션 신경향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맥퀸은 현재 패션계에서 기발하면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디자이너라는 의미
에서 "엑스트라바강트"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과거의 고전적인 우아함과 정교한 테일러링에 의존하던 지방시의 이미지는
맥퀸에 의해 더욱더 강조된 관능미와 글래머 스타일로 빛나고 있다.

또 이전에는 주로 30~40대 여성들이 선호했으나 맥퀸의 등장이후 반전통적
이고 파격적인 스타일로 새로운 타깃층을 만들고 있다.

지금의 지방시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의 모던하고 엘레강스한
패션감각을 지니고 있는 여성을 중심 타깃으로 한다.

특히 금년 봄~여름 시즌에 선보인 지방시 로고가 새겨진 핸드백과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수트, 원피스 스타일은 젊은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방시는 패션 경향에 민감한 연예인, 젊은 디자이너, 전문직 직장여성 등
신세대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그 위치를 굳히고 있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