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유괴범이 19년의 옥중생활로 모은 돈을 어린이 육영사업에 써달라고
내놓았다.

지난 79년 4월 부산의 초등학교를 다니던 정효주양(당시 9세)을 유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해 오던 이원석(45)씨가 21일 대전교도소
에서 출소, 옥중에서 모은 작업상여금 1백50여만원을 어린이회관 육영재단에
기증했다.

이씨는 이날 이균식 재단사무국장에게 "어린이에게 죄를 지은 사람이 속죄
하는 마음으로 모은 돈"이라며 돈이 입금된 통장을 건넸다.

이씨가 지난 19년간 옥중에서 모은 돈을 굳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녀인
박서영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육영재단에 기증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이씨는 효주양을 79년 4월 유괴해 가족들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끌고 다니다
가 "아이만은 무사히 돌려 보내 달라"는 박 전대통령의 특별담화문을 접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껴 효주양을 풀어주었다.

이씨는 그 뒤 계속 도망다니다 80년 12월 붙잡혔다.

이씨는 "박대통령의 담화문이 없었다면 효주양을 죽이고 더 큰 죄를
지었을지도 모른다"며 "박대통령의 은혜를 갚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앞으로 어린이 유괴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새사람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