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광고사와 합작 또는 업무제휴 형태로 활동해온 다국적 광고업체들이
올해들어 잇달아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독자경영 움직임은 다국적 기업들의 한국시장 상륙이 본격화된
시점과 맞물려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광고대행사인 레오버넷은 국내 업체인 선연과
의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최근 레오버넷(주)라는 독자법인을 출범시켰다.

대표이사 회장으로는 레오버넷 아시아지역 책임자인 스티브 갯필드씨가
선임됐다.

레오버넷은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8위 규모의 광고대행사
이다.

이 회사는 지난 91년 선연과 50대 50 합작으로 레오버넷선연을 설립해
맥도날드 캘로그 P&G 필립모리스 등의 국내 광고를 대행해 왔다.

레오버넷 관계자는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늘리고
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독자경영에 나섰다"며 "1억4천만원 상당의 선연측
지분 50%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세계 4위의 광고대행사인 오길비앤마더(O&M)도 코래드와의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지난 21일 O&M코리아의 출범을 알리는 기념식을 가졌다.

신임 사장으로는 프랑스 출신의 베누아 스캇씨가 선임됐다.

O&M은 80년대말 해태그룹과 7대3의 비율로 합작해 코래드를 설립했다.

그러나 지난해 코래드가 스위스 코론사로부터 외자유치를 하고 증자를
하는 과정에서 지분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O&M은 포드자동차를,코래드는 대우자동차를 광고주로 보유해 향후 포드가
한국시장에 상륙했을 때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점도 분리결정에 한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 광고사들의 분리움직임은 이들이 한국시장 특성에 대한 수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외국기업의 마케팅 첨병으로 활동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고계 관계자는 "수년간의 활동을 통해 한국문화를 익힌데다 IMF로 국내
광고사들의 타격이 심해지자 독자경영에 나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이월터톰슨(JWT) 멕켄에릭슨 등 독자진출한 광고사들이
단숨에 선두권으로 떠오른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이같은 움직임이
다른 합작광고사에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