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흑자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4월 재정흑자가 1천1백35억달러로
지난 1년중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경기호황과 증시활황으로 재정수입이 급증,이처럼 재정흑자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99회계연도(98년10월-99년9월)의 재정흑자는 7백93억달러로 작년
(7백억달러)에 이어 2년 연속 흑자재정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속 2년 흑자는 지난 56-57년 아이젠하워대통령시절 이후 42년만에 처음
이다.

지난 4월의 대규모 흑자에 힘입어 미국은 99회계연도 7개월동안 모두
6백47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이는 사상최대였던 전년 동기의 5백47억달러보다 1백억달러나 많다.

미국은 지난 70년대초 재정적자로 돌아선후 97년까지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92년에는 적자가 3천억달러에 육박했다.

미국은 적자를 메꾸기 위해 해마다 대량의 국채를 발행, 현재 공공부채
누계가 5조6천억달러나 된다.

재정이 흑자체제로 굳어짐으로써 미국경제의 성장력은 더 커지게 됐다.

재정흑자가 되면 국채금리(수익률)가 낮아지면서 기업의 회사채금리도
내려간다.

이에따라 기업은 자본조달비용이 감소, 신규설비투자를 확대할수 있다.

국채금리하락은 가계 대출금리도 떨어뜨려 소비를 늘린다.

기업의 투자확대와 가정의 소비증가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다.

재정흑자가 금리하락으로 연결되는 메카니즘은 간단하다.정부는 흑자재정
덕에 국채발행을 줄인다.

국채물량이 감소하면 국채값은 올라가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떨어진다.

국채금리가 낮아지면 자연히 회사채금리도 내려간다.

한편으로는 국채물량 감소로 시장의 자금이 국채의 대체제인 회사채로
몰린다.

자금이 회사채로 몰리니 회사채 가격은 올라가고 금리는 떨어지게 된다.

또 국채금리가 떨어지면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등 일반 가정의 장기대출금리도 하락한다.

이 때문에 재정흑자는 연준리(FRB)가 단기정책금리를 올린다 해도 금리
인상의 파장을 줄일 수 있다. 재정흑자는 달러가치에 양면적인 영향을
미친다.

흑자재정으로 경제기초체력이 튼튼해지고 성장잠재력도 커지는 점에서는
달러상승요인이다.

그러나 국채물량이 감소, 외국투자자들의 미국채매입량이 줄어든다는
점에선 달러하락 요인이다.

달러화표시 금융자산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감소는 달러화 수요가 감소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2개요인중 어느 것이 시장에서 더 강하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재정흑자는 달러가치를 올릴 수도 있고 떨어뜨릴 수도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