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편 국도를 따라 20여분쯤 가다 보면 비닐하우스 물결이 파도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곳이 나타난다.

노란 참외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도로곳곳에서 참외를 사라며 손짓을 한다.

전국 참외의 32%를 생산하는 경북 성주다.

성주에서 생산되는 참외는 연간 10만여t.

주민의 70%가 참외농사와 관계를 가지고 있을 정도여서 군 전체가 참외단지
라 해도 틀리지 않다.

성주 참외는 15도 이상의 당도와 깔끔한 외형을 자랑한다.

씹는 맛이 독특한 육질도 자랑거리다.

11~1월까지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연중 생산된다.

성주는 토양이 미사질양토로 토심이 깊고 비옥해 참외 기르기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배수와 일조량도 더없이 어울린다.

하지만 단순히 자연조건 만으로 성주참외가 전국을 석권한 것은 아니다.

성주참외는 참외와 메론의 교잡종이다.

새로중 종으로 경쟁력을 만들어 낸 것이다.

참외의 은근한 맛과 육질, 메론의 단맛이 섞여 최고의 품질을 빚어냈다.

여기에다 독자적인 영농기법으로 더욱 가치를 높였다.

50년간 이어온 톱밥발효 농법으로 환경친화적인 영농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성주참외는 뛰어난 품질로 일반참외보다 평균 20~30% 정도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생산량의 80%이상이 현지에서 경매된다.

서울 가락동시장까지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물류비와 시간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농가들의 소득이 높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참외농가들의 가구당 연평균소득은 3천5백만원을 넘는다.

도시의 고급인력과 맞먹는다.

억대를 넘는 소득자도 수두룩하다.

군 전체의 자동차 등록대수가 가구당 평균 한대꼴에 이르는 사실이 소득
수준을 말해 준다.

한동네에서 중형승용차 7대를 한꺼번에 계약해 자동차 영업사원들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녀들을 대구로 "유학"보내기 때문에 어지간한 집은 대구에 따로 집이
한채씩 있다고 한다.

성주참외원예농협 이익희 전무는 "다른 농촌지역보다 청장년층 비율이
월등히 높다"고 자랑한다.

30~40대의 농업경영인(농민후계자)이 1천2백여명이나 된다.

20~50세까지의 인구비율이 42.0%로 전국농촌 평균(31%)보다 10% 포인트이상
높다.

농촌인구의 고령화문제가 이곳에서는 남의 이야기다.

IMF이후 귀농자 비율도 전국 최고다.

성주참외는 이제 해외를 바라보고 있다.

요즘 일본에 대한 수출활로를 뚫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 성주=신경원 기자 shinki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