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내각" 인선과정에서 김종필 총리는 어떤 역할을 하고 무엇을
얻었을까.

외형상 지난해 3월 조각 당시 지켜졌던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내각 배분
비율이 일단 깨졌다.

또 청와대쪽에서는 3명이나 입각한데 비해 자민련이나 총리실쪽 인사는
한명도 입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김 총리가 적극적으로 몫을 챙기지 않은게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
되고 있다.

여기에 김 총리가 당초 국정홍보처장으로 의중에 두었던 오효진 공보실장이
발탁되지 못한 것이나 입각을 희망했던 정해주 국무조정실장이 기용되지
못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김 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나눠먹기식"을 택하기 보다 실리를 추구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김 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드러내 놓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목소리를 냈다"며 "김 대통령이 개각에 앞서 공개적으로 김 총리와
인선을 협의한 것 자체가 김 총리의 역할을 웅변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개각 폭이 클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갔다가 중폭으로 선회한뒤
다시 전면개각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지난 22일 김 대통령과 김 총리 회동
직후 이뤄졌다.

김 총리가 지분에 연연치 않고 실무형 인선 원칙에 선뜻 동의해 준 것은
어차피 자민련측의 "인재난"을 감안한 차선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1년간 내각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자신감과 정보를 토대로 실무형 관료들
을 천거해 오히려 내각의 무게를 더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김 총리의 내각에 대한 장악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총리의 입장에서 보면 소속 정당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 보다는 실무형 각료들을 포진시키는게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김 총리가 8월 이후로 예상되는 내각제 담판을 위해 김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면서 한 발짝 양보를 했다는 추측도 없지 않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