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이 배제된 실전형들답게 신임 장관들은 임명장을 받기 무섭게
곧바로 실무를 파고들었다.

강봉균 재경부장관은 경제수석시절부터 현안을 다 꿰고 있는 탓인지 이미
예정된 외부 행사나 모임을 한건도 연기하거나 취소하지 않고 빠짐없이
챙기는 자신만만 한 모습을 과시했다.

24일 오후 재경부 기자실에서 취임인터뷰를 한 다음 곧바로 국무회의
안건과 업무인수인계보고를 받았다.

이어 저녁모임에 들렀다가 KBS 뉴스라인 프로그램 "신임각료에게 묻는다"
에 출연, 향후 경제정책 운용 전반에 대해 대 국민 브리핑을 했다.

정덕구 산자부 장관은 취임 첫날 부터 밤을 새다시피하면서 내달 2일로
임박한 아.태 경제협력체(APEC) 서울투자박람회 준비작업을 점검했다.

산자부 직원들은 부하직원들은 매섭게 다루기로 소문난 장관이 첫날부터
챙기자 간부직원들이 전원 야간대기하면서 바짝 긴장하는 모습들이었다.

이상룡 노동부 장관도 "노동분야와 인연이 없다"는 안팎의 눈총을 의식한
듯 밤 11시까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사흘안에 모두 파악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25일에도 각 정당과 국회 노상정위원회 민주노총 경총등 노동관계 기관들
을 돌면서 신임인사를 했다.

한국노총에선 "노동현실을 모르는 내무 관료출신을 굳이 만날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어색한 상견례가 연출되기도 했다.

여성 연극인 출신인 손숙 환경부 장관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별
코멘트 "간부들이 잘 도와달라"는 말을 연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장관은 업무파악을 채 끝내지 못한 채 오는 29-30일 러시아 모스크바
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어머니"에 출연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직원들은 "러시아 공연은 취소할 수 없는 대중과의 약속"이라면서도
장관의 연극에 대한 강한 애착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김덕중 교육부 장관은 개혁론자답게 격식파괴부터 실천했다.

김 장관은 25일 관용차 대신 자신의 아카디아 승용차로 첫 출근, 일반
민원들과 함께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 로비를 통해 집무실로 올라갔다.

그는 "관용차는 업무시간에만 이용하겠다"면서 출퇴근은 계속 개인차로
하겠다고 했다.

회의주재 방식도 실.국장을 모두 모으는 것보다는 현안별로 한 두명씩
불러 의견을 나누는 방식을 선호한다.

차흥봉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은 취임식 직후 국장 과장급 인선에 착수했다.

직원들은 "국민연금 의료보험 의약분업등 산적한 현안을 정면돌파하기
앞서 조직부터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건춘 신임 건교부 장관은 "국세청장 출신이 5번씩이나 장관(옛 건설부
장관 포함) 자리를 차지한 것"을 의식했음인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건교부 공무원 동지여러분"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화합과 단결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특히 업무보고를 하는 실.국장들에게 격의없이 의견을 말해줄 것을 당부
하는 등 실무형 장관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 경제부.사회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