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를 움직이는 변수는 여러가지가 있다.

통상적으론 경상수지동향 엔화추이 국내수급상황 등이 원화가치를 변동시켜
왔다.

수출이 잘돼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면 원화가 오른다.

또 그동안에는 엔화 움직임과 함께 원화도 출렁거렸다.

그러나 요즘은 달러화 수급상황이 원화가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수급불균형이 원화가치 급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달러화공급도 수출로
벌어들인 돈보다는 외국인 직접투자자금에 치중돼 있다.

그래서 원화가치 흐름이 비정상적인게 아니냐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외환딜러들도 "달러화 공급은 많은데 사자는 세력은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다.

외환딜러들은 당분간 수급상황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단가로 경쟁해야하는 수출업체 입장에선 속이 탈 노릇이다.

<> 얼마까지 오를까 =도이체은행 서울지점의 박준우 과장은 "국책은행을
내세운 정부의 정책적 매수세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기업들의 잉여물량이 많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1천1백70원도
문제없다"고 밝혔다.

씨티은행 김진규 지배인은 "원화가치 강세기조를 꺾을 힘이 보이지 않는다"
며 "이대로 놔두면 1천1백50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천1백75원 수준에서 외환당국의 개입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체이스맨해튼은행의 이성희 지배인은 "1차적으론 1천1백80원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당국이 개입해 물량을 흡수하면 단기적으로 1천1백95원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연 3일째 순매도를 하고
있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들은 25일 약 8백60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비롯, 최근 3일간 모두
2천억원의 주식을 판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들은 주식을 매각한후 원화를 달러화로 바꾼다.

외환시장에 달러화 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외환당국은 현재 1 대 9.5~9.6 수준에서 형성돼있는 원.엔 환율수준이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원.엔 환율의 경우 1 대 10은 돼야 한다"며 원화가치 절하
가능성을 거론했다.

<> 수급조절방안은 있나 =정부는 지난 4월말 "외환수급 조절대책"을 내놓은
적이 있다.

46억달러규모의 달러화 신규수요를 만들어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게
골자.

구체적으론 4가지 방안이 거론됐다.

첫째는 성업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원화자금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해 금융기관의 부실외화채권을 조기에 인수.정리토록 한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이 5월말 발행할 해외DR(주식예탁증서) 물량 18억달러를 일단
해외에 예치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국책은행과 공기업의 해외차입을 자제케하고 필요한 달러를 국내에서
조달토록 한다는 것도 있었다.

이와함께 해외현지법인이 외채상환을 위해 국내원화채권을 발행하게 되면
약 5억달러의 신규 수요가 생길 것으로 봤다.

그러나 딜러들은 이들 방안중 아직 아무 것도 실행된게 없다고 주장한다.

또 단기적으로 예상치못한 수요가 촉발될 것 같지도 않다는게 딜러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지난 19일엔 김대중 대통령이 "현재로는 환율을 시장기능에 맡겨도
큰 위험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는 원화가치가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가 팽배해 있다.

그러나 외환수급 대책을 발표했던 재정경제부는 입장이 다르다.

재경부는 성업공사의 경우 실제 6월중에 국내 외환시장에서 9억달러를
사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민간기업 중에서는 제일제당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이 6월중 1천억원의
아리랑본드를 발행하기로 돼있어 달러화 수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외환대책이 결코 "공포탄"은 아니며 수급조절에 따라 원화약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