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61) ED 사장의 호주머니에는 언제나 지하철 정액승차권이 들어 있다.

한달이면 1만원짜리 대여섯개를 쓴다.

출퇴근은 물론 외부 회의에 참석하러 갈 때도 전철이나 버스를 탄다.

자가용이 없기 때문이다.

평생 가져본 적이 없다.

ED는 교육용 실습장비와 통신기기를 만드는 업체.

80년 창업이후 1백여종의 각종 실험실습장비를 국산화했다.

오실로스코프 주파수분석기 신호발생기 주파수카운터 등.

교육용 계측장비 분야에선 국내 최대기업이다.

작년 같은 불황기에도 12억원의 당기순이익(매출 2백24억원)을 올린
알짜기업이다.

부채비율은 42%에 불과하다.

이 정도 회사의 경영인이라면 대형차를 타고도 남는다.

박사장은 당초 올해쯤 소형차를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기했다.

IMF를 졸업할 때까지로.

아직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비싼 달러로 산 기름을 넣고 혼자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

외국산 교육기자재를 보고 느끼는 감정도 비슷하다.

교육기자재 국산화에 발벗고 나선 까닭이다.

황해도 해주 출신으로 동주무선학교를 나온 그는 LG전자와 방송협회를
거쳐 80년에 직원 1명을 데리고 청계천에서 창업했다.

그의 꿈은 외제 일색인 교육기자재를 국산화하는 것.

무늬만 국산이 아니라 튼튼하면서도 기술력이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나씩 실현해 갔다.

흔들리는 전철안에서 신제품을 골똘히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메모했다.

1년에 10여종씩 선보였다.

이같은 노력끝에 마침내 교육용 계측장비시장의 40%를 장악하는 최대기업
으로 도약했다.

개발한 것 중에는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선보인게 4종이나 된다.

설계도면을 그려내는 X-Y플로터 통신장비의 수신성능을 체크하는 1기가
헤르츠급 시그널제너레이터 등.

첨단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전문가가 많기 때문.

전체 직원 1백10명중 10년이상 근무한 사람이 20명에 이른다.

"일단 채용한 사람은 철저하게 믿는다"는 인간관이 장기근속자를 길러냈다.

박 사장 자신은 철저한 내핍생활을 하지만 자기보유 주식의 60%를 무상으로
직원들에게 줄 정도로 "베푸는 경영"을 한다.

ED는 주화 카드겸용 공중전화기 등 통신장비 분야로 생산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아직은 생산비중이 30%를 밑돌지만 4년내 50%수준으로 끌어올려 실험실습
장비와 통신장비 비율을 반반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올해도 신제품 4~5종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 가운데는 가상현실
(VR)장비 등 첨단 실험실습장비도 포함돼 있지요."

다양한 신제품에 힘입어 올매출이 2백7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과 같은 세계적인 교육용 실험실습장비업체로 도약하는 게
그의 꿈이다.

이를 위해 "내일 세상의 종말이 와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좌우명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02)582-1981

< 김낙훈 기자 nh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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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회사인가 ]

<>80년 이디엔지니어링 창업
<>82년 직류전원공급기 개발
<>85년 디지털IC테스터 개발
<>87년 기술연구소 설립
<>91년 전품목 Q마크획득
<>96년 주식회사 ED로 상호변경
<>CDMA방식 통신실험장비 개발
<>주요 사업 =교육용 실험실습기기 통신장비
<>종업원 =1백10명
<>매출 =2백24억원(98년)
<>본사 =서울 서초구 방배동 1024-4(덕산빌딩)
<>홈페이지 =www.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