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부총재였던 김용채 전의원이 김종필(JP) 총리의 비서실장으로 임명
되면서 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선 의원에다 정무장관까지 지낸 사람이 차관으로 하향 자리매김한 데는
분명히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김 비서실장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김 비서실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평소 당정간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며 "자민련과의 가교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은 직책상 당적을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때문에 25일 당을 탈당
하고 지구당위원장직 등 모든 당직을 사퇴했다.

내년 총선에 대해서도 깨끗이 미련을 버렸다.

외곬 JP맨으로서 자못 비장한 각오의 심경을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김 비서실장은 "40여년간 김 총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김 총리에게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직급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비서실장에게 주어진 역할의 가장 핵심은 역시 연내 내각제 개헌을 완수
하는 것이다.

김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상당히 말을 아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 총리가 8월까지 내각제 개헌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 속내를 말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말할 때가 올 것이다"며
"내 자신의 활동영역을 넓혀 장관이상의 일을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 김중권 비서실장과 김정길 정무수석의 "카운터 파트" 역할을 하겠
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5.16당시 대위였던 김 비서실장은 중령이었던 JP와 함께 처음부터 거사를
기획한 일을 떠올렸다.

"군 전략정보과 도서실장으로 계획실장이었던 총리와 거의 매일 만나 일을
도모했다"고.

5.16을 성공으로 이끈 두 사람이 이제 내각제 개헌을 완수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는 관측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