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우리집 가보를 훔쳐갔다"

"방귀뀐 놈이 옆사람 나무란다"

미국과 중국이 지금 도둑질 여부를 놓고 한 판 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지난 수 십년간 미국의 첨단 핵기술을 빼내갔다는 내용의 "콕스
보고서"를 둘러싼 대립이다.

이 대결은 수퍼파워끼리 벌이는 파워게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콕스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국은 미국의 무력행사에 정면 대응할 수
있는 방위 체제를 갖추게 된다.

냉전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로 국제 정세를 이끌어가려는 미국에게는
위협이 아닐수 없다.

중국은 수 십년동안 진행됐다고 주장하는 "도둑질"을 미국 의회가 지금
끄집어내 문제화하는 데는 무언가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맞받아친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폭격사건을 희석시키려는
취지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런가하면 일부 중국 언론들은 이번 보고서가 공화당 중심의 미국 의회내
반중국세력들의 "중국 때리기"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 보수세력의 반발로 세계무역기구(WTO)가입 협상에서 쓴 맛을
봐야 했기에 더 약이 올라 있다.

콕스 보고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양국 관계를 크게 훼손시킬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내 보수세력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전략 파트너"로 인정한 빌 클린턴 대통령이나, 개혁정책을 추진하
려는 중국 주룽지 총리의 힘을 약화시킬게 분명하다.

미국 보수 정치인들은 벌써부터 중국에 대한 수출금지 및 최혜국대우(MFN)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화당 출신 보수 세력들이 내년 대선을 겨냥, 민주당을 공격
하는 수단으로 "중국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대중국 포용정책이나 중국의 개혁정책이 타격을 받는다면 이 불똥은
우리나라에도 튈 수 있다.

두 슈퍼파워의 세력 경쟁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중국이 경제개혁 정책에서 후퇴, 시장을 닫는다면 우리의 대중국
비즈니스는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콕스 보고서가 지난 50년대 미국 정계에 휘몰아쳤던 "메카시 선풍(공산주의
세력 척결운동)"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한우덕 국제부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