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 협력업체 ''성철사'' ]

LG전자에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의 부품을 공급하는 성철사.

경남 창원시 성산동66 창원공단안에 있는 이 회사에 들어서면 여느 직장
분위기와 다르다.

곳곳에 "필사즉생"이란 표어가 붙어 있다.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의 출사표를 연상케 한다.

바로 이 표어가 6시그마 운동을 기업생존의 경영철학으로 내건 성철사의
모토다.

이런 비장한 각오는 기름때 묻은 현장 구석구석에서 느낄 수 있다.

곳곳에 걸린 구호와 실적상황판이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생산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근로자의 의식은 이미 1백80도 변했다.

"2백50여명의 임직원 모두가 "6시그마 운동을 통해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체절명의 의식전환을 했습니다"

이 회사 감승기 사장의 말이다.

성철사는 LG전자에 전자레인지 에어컨 부품과 업소용 냉장고완제품 등을
납품하는 LG전자의 협력업체다.

물건을 척척 사주는 대기업의 협력업체인 덕분에 잘 나갔다.

하지만 IMF(국제통화기금) 한파가 성철사에도 어김없이 몰아쳤다.

사는 길은 품질 생산성 관리 등의 혁신만이었다.

그래서 SCM(Super Innovation,Customer Satisfaction,Management : 초혁신과
고객만족, 관리로)이란 위기극복 경영슬로건을 내걸었다.

"슬로건은 거창했지만 막상 구체적인 방법이 문제였지요. 때마침 모회사인
LG전자에서 6시그마 운동을 권유했을 때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
니다"

이 회사의 김성수 경영혁신팀장은 작년 2월 6시그마 운동을 시작하던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즉시 6시그마운동 태스크 포스가 발족됐다.

모회사인 LG전자 조리기기 사업부에서 6시그마운동을 선도하던 김범수
대리와 조억원 주임 등 2명을 지원받았다.

내부에선 최우철 배종관 최두수씨 등 팔팔한 직원 3명이 뽑혔다.

이들 5명을 감승기 사장이 직접 팀장을 맡아 진두지휘했다.

팀원 5명은 감 사장에게 "6시그마 운동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사직하겠다"며 사직서를 미리 냈다.

팀원들은 사장과 목표달성 조인식도 가졌다.

말그대로 배수진의 각오였다.

이 때부터 출퇴근 시각이 따로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핵심제품에 승부를 걸자"

태스크 포스는 생산주종목인 전자레인지 도어(미닫이 문)의 불량률을 줄이는
데 1차 목표를 세웠다.

사실 전자레인지 도어를 생산하는 파트에선 몇년째 1백PPM운동을 펼쳤었다.

이런 운동에도 불구, 불량률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전자레인지 도어는 음식을 익히는 전자레인지의 핵심부품이다.

도어가 뒤틀리면 전자레인지가 제 기능을 못한다.

마이크로웨이브(고주파)가 도어에 골고루 닿지 않아 음식이 덜 익는데다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있다.

90%에 이르던 전자레인지 도어의 1차 생산불량률이 6시그마운동을 시작한지
불과 두달만에 "0%"로 줄었다.

획기적인 대성과였다.

태스크 포스가 불량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찾아내 개선한게 주효했다.

이 팀은 LG전자에서 받은 6시그마 컴퓨터 프로그램인 미니 탭을 활용했다.

불량이 일어나는 모든 공정을 수치로 데이터화했다.

다음에는 작업근로자 설비 금형 등 세가지 부문으로 원인을 추적해 들어
갔다.

과학적인 탐사 끝에 금형공정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전자레인지 도어부문에서 공정개선을 통해 불량률을 줄인 덕분에 이 회사는
48%의 경영개선 효과를 올렸다.

분리제작하던 대형 전자레인지 도어와 프레임을 통합제작하게 됐다.

LG전자로부터 주문량도 늘어나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뒀다.

태스크 포스는 현재 전자레인지 부품에 이어 2단계로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다른 제품으로 6시그마 운동을 확산, 전개하고 있다.

이 팀의 최두수(개발담당)씨는 "불량률 개선작업인 1백PPM운동이 마치
감각과 경험으로 맥을 짚어 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한의학이라면 6시그마
운동은 MRI(자기공명장치)와 CT(컴퓨터촬영장치) 등 의료진단기구로 신체
이상을 측정하는 양의학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그렇지만 한의학이 양의학보다 치료 효과에서 덜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것 때문일거야"라는 상식적인 추정과는 달리 6시그마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적으로 불량원인을 캐내 들어가면 전혀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고 이 회사 장인상 품질보증팀장은 털어놨다.

성철사는 LG전자 협력업체중에서 가장 빨리 6시그마 운동의 성과를 얻었다.

이 바람에 요즘 감 사장이 부쩍 바빠졌다.

여기저기서 성공사례를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4월29일 1백여개 LG전자 조리기기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6시그마운동
성공사례를 발표했다.

성철사의 정승규 회장도 감 사장이나 다른 기업가들을 만나기만 하면 온통
6시그마운동 얘기 뿐이다.

감 사장은 "오너인 정 회장이 직접 6시그마 프로젝트를 챙겨가며 관심을
가진 덕분에 6시그마운동을 단순한 품질개선이 아닌 경영혁신의 툴(Tool)로
활용해 성공할수 있었다"고 말했다.

< 창원=정구학 기자 cg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