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 깨나 오로지 안전만을 생각합니다"

한달전 대한항공의 사령탑을 맡은 심이택(62) 사장은 이렇게 말문을 연다.

경영의 최우선이 "안전"이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게 "안전"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는 취임후 한달을 어떻게 보냈느냐는 질문에 "무감"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정신없이 달려 왔다는 얘기다.

노력한 만큼 이제 가시적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그는 힘을 준다.

내부에서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노사는 지난 20일 안전운항 결의대회를 가졌다.

노조가 제의한 행사였다.

심 사장은 "이번 결의대회야 말로 전직원이 한 뜻으로 회사 발전에 동참
하겠다는 큰 의미가 담긴 자리였다"고 자평한다.

이번 처럼 "함께하는 기업문화"가 지속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직원들에게서 적당주의와 대충주의를 배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각종 규정을 1백% 준수하는 자세를 생활화하겠다는 각오를 확연히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 사장의 안전론은 지나칠 정도다.

하지만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다시 찾기 위해선 어쩔수 없다는 각오다.

눈이나 비가 많이 오면 시설이 열악한 지방공항엔 아예 착륙하지 않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회사의 손익이 아니라 고객의 안전이 최우선 고려사항이기 때문이다.

안전한 지 여부가 불분명할 때는 무조건 내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운항 정비 등 모든 규정을 미국 연방정부 항공규정(US FAR)에
맞추고 있다.

건설교통부도 대한항공의 방침에 공감하고 관련법을 고쳐 뒷받침해 주기로
했다.

FAR 규정대로 하면 대한항공의 경우 조종사 2백명이 더 필요하게 된다.

심 사장은 "비용이 들더라도 FAR 규정을 철저히 따를 것"이라며 "기간도 2년
정도 걸리겠지만 감내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는 별도로 비행 감시시스템을 설치하는 한편 해외에서 직접 정비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심사장은 무엇보다도 "인적 요소"를 중시한다.

항공기 사고원인의 97.3%가 인적 요소(Human Factor)와 관련된 것으로
조사돼 있기 때문이다.

좀 심하지만 회사안에 "호루라기 부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것도
그래서다.

직원 서로가 "고자질"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비위를 들추자는 건 아니다.

안전문제나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서슴지말고 공개하자는 얘기다.

심 사장은 한진그룹에 몸 담은지 30년만에, 대한항공에 근무한지 27년만에
최고경영자가 됐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하지만 그가 강조하는 항공사 경영철학은 단순하다.

딱 한가지-"고객의 안전"이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심이택 사장 약력 >

<>서울대 화공과
<>대한항공 상무.전무
<>항공우주사업본부장 겸 항공기술연구소장
<>코리아타코마조선 사장
<>대한항공 부사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