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을 밑바닥부터 샅샅이 훑겠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 볼
생각입니다. 현장에 문제가 있고 그 해답도 현장에 있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 정책을 진두 지휘하는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사령탑에 앉은 안병우
(52) 신임 위원장의 각오는 남달라 보인다.

안 위원장은 찾아 갈 기업에 미리 알리고 브리핑을 듣는 "요란한 행차"
대신에 사무관 1명을 데리고 조용히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도 얘기하셨듯이 중소기업 정책은 사회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
입니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더 키워주는 중기정책이 바람직합니다.
중소기업이라고 무조건 지원하는 식은 안 된다고 봅니다"

안 위원장은 그러나 중기청 혼자서 하기 힘든 범부처적인 중소기업 정책을
챙기는 데 힘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기특위가 "중기청의 옥상옥"이라는 일부의 지적을 의식한 듯했다.

부도난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정부 지원이 추진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자칫 경제정책의 기본 노선을 그르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중기특위가 손만 댔다가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어음문제를 비롯해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갖가지 문제가 안 위원장 앞에 쌓여있다.

"예산 귀신"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예산통인 그가 실타래처럼 얽힌
중소기업 문제들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자금이 부쩍 늘면서
부작용도 함께 증가해 중기정책이 도마위에 올라 있는 상태다.

당장은 오는 6월 11개 지역에서 열릴 지역 중소기업인 대회를 주관하는
임무가 그에게 주어졌다.

중기특위는 여기서 나온 현장애로를 모아 9월에 청와대에서 첫번째 전국
중소기업인 대회를 연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중기특위의 위원장을 장관급 인사가 맡는 직제에는
변함이 없다.

사무국도 중진공 토지공사 등 9개 기관 파견인력으로 짜여진 현체제로
운영된다.

하드웨어는 그대로라는 얘기다.

달라진 게 있다.

위원장이 상근을 하는 것.

지난 25일 임명된 안 위원장은 과천 서울중기청 2층에 있는 중기특위
위원장실에 상주, 직접 업무를 챙긴다.

박상규 전 위원장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 중기특위 사무국을 들렀었다.

국민회의 부총재직을 맡은 탓에 짬을 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

위원장이 매일 중기정책을 챙기면 예전과는 다른 중기특위로 거듭날
것이라는 게 주위의 관측이다.

중기특위는 뚜렷한 실적이 없어 일부에서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안 위원장은 예산청장 재직 때 중기특위 위원으로 참여, 중기 정책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