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법 위반 물품을 몰수.추징할 수 없도록 한 개정 관세법이 올해초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재판부마다 개정 취지를 다르게 해석, 혼선을 빚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권남혁 부장판사)는 30일 관세법위반 및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5백만원이 선고된 한국컴퓨터게임산업
중앙회장 김현수(55) 피고인에 대해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에 추징금 7천4백
만원만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법우선 원칙에 따라 개정 관세법을 적용하면
관세법 위반 물품에 대해서는 추징할 수 없다"면서 "뇌물로 받은 7천4백
만원만 추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법원 형사5부(재판장 채영수부장판사)는 이날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르게 판결했다.

관세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외갑(48.원광수산 대표) 피고인에
대해 원심대로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43억7천만원 및 냉동홍어 2만8백34kg
몰수를 선고했다.

개정 관세법의 내용과는 달리 몰수.추징형을 내린 것.

재판부는 "종래 규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성 때문에 법률을
개정한 경우에만 신법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사회경제적 변화 등으로 법률이 개정된 경우에는 사건이 일어
났을 당시의 법률을 적용하는 게 대법원의 판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관세법을 개정한 취지는 관세포탈죄의 경우 물품을
몰수하지 말고 해당 물품에 과세함으로써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이에따라 법 개정 전의 옛 관세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
했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