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가격 급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가가 경제의 기초여건이나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너무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면 문제라고 한다.

거품성 과소비도 덩달아 되살아난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과연 주가가 오르면 소비도 증가하는가.

이를테면 현대자동차 주가가 오르면 현대차도 잘 팔리는지 의문이다.

올들어 소비경기가 회복되는데는 작년 4.4분기 이후 계속된 주가상승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는지 통계분석을 통해 알아본다.

이는 주가상승->소비증가->생산증가라는 정부의 바램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탐색이기도 하다.

케인즈는 소비가 현재소득에 의존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소비는 소득뿐 아니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부동산 등의
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이 통설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소비는 현재의 부에 미래소득의 현재가치를 합한 것을
여생의 기간으로 나눈 이른바 항상소득에 의해 결정된다.

즉 현재소득이 항상소득보다 작은 청년기까지는 차입에 의해 항상소득만큼
소비하고 노년기에는 저축한 부분으로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가상승으로 부가 예상밖으로 늘어날 경우 항상소득이 높아진
것으로 간주해 현재 소득이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를 늘리게 된다.

이처럼 주가상승 등으로 부가 증가하여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경제이론에서
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한다.

모딜리아니가 처음 주장한 이후 이러한 효과가 현실경제에서 실제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실증연구들에 의해 잘 뒷받침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경제가 주식가격의 지속적 상승에 따른 소비호조로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주가변동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한국은행 조사국이
지난 76년 2.4분기이후 작년 3.4분기까지 자료를 이용해 실증분석해 보았다.

분석결과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주가상승이 부의 효과를 통해 소비를 증가
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주가상승에 따른 소비증가 효과가 주식시장이 크게 발달하고 금융자유화가
일찍이 실현된 미국, 영국보다는 크게 낮지만 일본, 독일, 프랑스에
비해서는 오히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별로는 90년대가 70, 80년대보다 주가변동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더
뚜렷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90년대 들어 주식시장 규모가 훨씬 커지고 주식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개인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대비 주식시가총액의 비율이 80~89년중 평균 18.8%에서
90~98년중에는 평균 34.6%로 대폭 상승했다.

또 주식시장 저변인구의 확대를 반영하여 증권회사에 개설된 총계좌수가
81~89년 평균 1백23만개에서 90~98년중에는 3.6배 수준인 444만개로
증가했다.

상품별로 보면 주가변동은 비내구재 소비보다 내구재의 소비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내구소비재 출하가 금년 1~2월중 35.1%
증가한 반면 비내구소비재 출하는 0.9% 증가에 그쳤다.

전년동기대비로 작년 57.3% 감소하였던 승용차판매가 금년 1~2월중에는
35.6% 증가했다.

특히 대형차의 경우 금년 1~2월중 전년동기에 비해 판매대수가 6배 이상
늘어났다.

또 지난해 30%대의 감소율을 보였던 세탁기판매가 금년 들어 30% 증가를
기록했다.

컬러TV판매도 소폭 증가로 돌아섰다.

그밖에 작년4.4분기중 증가세가 낮아졌던 휴대용전화기의 판매가 금년
1~2월중 대폭 증가했으며 지난해 급감했던 승용차 골프용품 수입도 다시
늘어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앞으로 한국 주식시장이 더욱 발전하고 금융자유화가 진전되면 주가변동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김병일 기자 kb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