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실용적인 의미에서 내 연구의 의미는 사람들로 하여금
통화당국이 통화정책을 이용해 경제에 계속적으로 세세하게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에 대해 회의적이 되도록 만든데 있다"

- 로버트 루카스가 노벨상을 수상한 후 어떤 신문과의 인터뷰 중에서

전통적으로 통화론자들은 통화량의 조정이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에 대한 실증적인 확인은 수없이 이루어져 왔으며 최근의 연구결과들도
그 점을 부정하지 않는 듯하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경제인으로 미국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앨런 그린스펀 FRB(미연방준비이사회)의장이 꼽힌다는 사실은
이를 웅변적으로 증명한다.

하지만 통화가 한낱 가치를 측정하는 단위로만 이용된다면 통화량의 증가가
어떻게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즉 화폐량이 두 배 늘어남에 따라 모든 재화의 가격이 동일한 비율로
증가한다면 단지 금액만 달라질 뿐 실물경제가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옳지 않고 화폐량의 변화가 실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체계적으로 그리고 균형의 개념을 이용해 설명한
경제학자가 로버트 루카스다.

이렇게 화폐량의 변화가 실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면 통화량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책적으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통화론자들은 역설적으로 통화정책의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함부로
그것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통화론자인 프리드만은 그 이유로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쯤에는 이미 경제가 자율적으로 회복한 후일 경우가 많고 그 경우 경제가
불필요하게 과열될 위험을 지적한다.

사실 정치가들에게 통화정책을 맡긴다면 중요한 선거 전의 막대한 통화 증발
로 선거후 수습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더욱 통화정책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관에 의해 실행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제일 먼저 손본 사람이
당시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하려 했던 조순 한국은행 총재였음을
상기해보면 정치가들이 얼마나 통화정책에 유혹되는지를 알 수 있다.

루카스도 적극적인 통화정책의 활용에는 반대의 입장을 표명한다.

그 이유는 통화정책이 빈발한 나라일수록 결국 통화 정책의 효과가
없어지고 인플레이션의 해악만이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오히려 통화정책을 억제한 나라는 작은 통화량의 변화로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루카스는 통화정책자들이 통화정책의 유혹을 못이기고 그것을
계속적으로 사용하다가 결국에는 통화정책이 아무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게 되고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되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통화 정책자들이 단기적인 유혹으로부터 자유롭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바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 신관호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khshin@kuccnx.korea.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