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유교사상에도 서구사상의 자유 평등 정의에 필적할만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가.

"동양적 가치란 무엇인가"(송복 저, 미래인력연구센터)는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한 책이다.

저자는 동양의 보편적 가치를 논어의 세계에서 찾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치유하는 길이 논어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 보편적 가치란 인과 덕, 효와 충, 예와 군자.

1부는 지향으로서의 인과 덕에 대한 얘기다.

논어에서 말하는 인은 "사람사랑", 즉 신도 부처도 성인도 아닌 오직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사랑이다.

인은 넓은 사랑, 사람을 통한 사랑, 닦는 사랑을 뜻한다.

남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행위가 바로 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동양사상에서 서구와 확연히 구분되는 것으로 꼽는 것은 덕이다.

덕의 현대적 의미는 중화개념.

저자는 "논어에 나오는 덕은 감정이 개입되지 않고 사심이 작용하지 않는
인격적 양태를 말한다"고 지적한다.

2부에서는 효와 예를 말하고 있다.

저자는 부모를 공경하고 욕되게 하지 않으며 부양하는 것이 효라고 강조
한다.

예는 인위성이 아니라 자연성이다.

곧 하늘의 이치를 그대로 딴 범절이며 규정인 것이다.

저자는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것이 예를 실천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한다.

3부에서는 인 덕 효 예를 총합하는 군자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는 "군자란 반드시 의로써 바탕을 삼고 예로서 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군자는 도덕적 문화적으로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즉 군자는 정치인.경제인이 아니라 도덕.문화인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현대사회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인 덕 효 예를 중시하는
동양적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가치는 전통적인 선비의 모습에서 나타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비는 자기를 수양하고(수기) 의를 행위의 바탕으로 삼으며(의기)
세속을 벗어나려고(속탈)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저자는 선비정신을 회복해야 비로소 사람다운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저자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