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돔형 지붕 밑에 있는 중앙홀.

일명 로턴다홀에서 "국회개원 5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자리에서 박준규 국회의장은 "더 많은 국회의원들이 축하자리에 참석하지
못한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념식엔 3당대표들도 없었다.

여야의원 20여명만 참석했을 뿐 국회사무처 직원들로 꽉찼다.

주인은 간데 없고 객들만 잔치를 벌인 셈이다.

의원들의 자괴감 때문일까?

사실 지천명을 넘어선 국회의 생일이지만 오늘날 국회의 모습을 보면
축하의 대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날 우연히 자리를 함께 한 여야3당 원내총무가 박 의장의 권유로 즉각
자리를 옮겨 회담을 열었다.

때마침 한나라당이 "고급옷 로비사건"등을 거론해야 한다며 제204회 임시
국회를 소집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6.3재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득표국회"를 열려
한다며 반대입장을 되풀이했다.

또다시 "개점휴업"국회가 된 것이다.

물론 여당으로선 선거를 앞둔 시점에 국회를 연다는게 꽤나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온통 "옷로비 의혹"으로 떠들썩한데 그냥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는 문제다.

좀더 "정직"하게 이 사건을 다뤘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나라당도 현 정부의 도덕성에 흠집만 내면 된다는 식의 "게릴라식 공세"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그같은 공세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역효과만 가져올
뿐이다.

최근 1년동안 국회의 모습을 봐도 다를 바 없다.

10여차례에 걸친 "방탄국회"로 1년여동안 민생현안 등 법안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채 "개점휴업"상태였다.

정치개혁은 뒷전으로 한 채 단순히 야당의원 한 명을 비호하기 위해 국회를
여는 볼썽사나운 꼴을 보여왔다.

여야간 정쟁으로 거듭되는 파행국회에 보내는 국민들의 눈총은 따갑기만
하다.

당의 이해관계가 정치의 중심이 되고 국회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은 있고 국회는 없는 전근대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야는 이제 올곧은 방법으로 민생현안처리와 정치개혁을 앞당겨야 한다는
"천명"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민의의 전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 최명수 정치부 기자 mes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