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고위급회담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장.차관급 수준의 고위급 회담이 조기에 가시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1일 "남북당국자간 회담 재개를 위한 비공개 실무
접촉을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해 왔다"며 남북간에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공식 확인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31일 몽골에서 수행기자 간담회를 통해
"남북관계에서 며칠내에 좋은 조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남북간 접촉에 뚜렷한 진전이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와관련, "실무접촉에선 당국자간 회담의 개최
시기와 장소 그리고 회담의 수준 등을 폭넓게 협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북측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대통령의 "며칠만 기다려 보면"이란 표현과 상통한다.

현재 남북회담 사무국의 한 고위관계자가 실무접촉을 위해 베이징에
체류중인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같은 정황들로 미루어 볼 때 남북 고위급회담은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깊숙히" 진행중임을 알 수 있다.

남북 고위급회담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지난해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차관급
"비료회담" 이후 남북 당국자간의 첫 만남이 된다.

특히 북한 금창리 핵의혹시설에 대한 미국의 현장조사가 "무리없이" 끝났고,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평양방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직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지렛대로 남북간 대화의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고위급 회담의 의제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당국간 회담에서 논의할 만한 안건이 현실적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우리측에선 "비료와 식량"을 지원하고, 북측에선 "이산가족"
문제에 호응하는 방식이 될 개연성이 높다.

이산가족 문제의 인도적 해결은 김대중 대통령이 대북문제를 풀어나가는
핵심고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에 대해 현재까지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면회소 설치 등
북측이 수용가능한 사안부터 논의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공식.비공식
라인을 통해 북측에 전달했다.

따라서 고위급 회담이 성사된다면 북측이 우리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게 정부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북측이 거부감을 표시해온 강인덕 전 통일장관을 교체하고, 후임에
남북기본합의서 작성에 참여했던 임동원 장관을 기용한 것도 남북대화재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비료를 지원하는 등 지속적인 "대북포용
정책"을 펴온 것도 북측에 신뢰감을 주었을 수 있다.

남북 고위급회담 등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북.미 라인이나 페리 조정관을
통해 나오지는 않는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말한다.

남북간의 베이징 접촉,판문점 연락관 접촉 등이 막후대화의 "파이프 라인"
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그간 북과의 접촉에서 비선조직을 운영하지 않고 비공개 실무접촉
라인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해 왔다.

이번 김 대통령의 "몽골 발언" 역시 이같은 비공개 라인에서 올라온 보고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북한과의 꾸준한 접촉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