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고가 옷 로비" 의혹 사건 수사가 흐지부지하게 끝날 가능성이 높아
졌다.

김태정 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씨가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의 부인 이형자
씨를 상대로 낸 고소를 취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검찰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씨
만을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서둘러 종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1일 배씨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의 대질신문을 끝낸 뒤 수사결과
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배씨와 정씨가 모두 병원에 입원한 상태여서 대질신문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 수사상황 = 검찰은 이날 배씨와 이씨를 대질신문했다.

검찰은 어느정도 사건의 윤곽을 파악했다고 밝히고 있다.

배씨와 정씨가 최 회장의 구명을 위해 로비에 개입한 정황증거를 어느정도
확보했다는 것.

정씨가 배씨의 로비 언질을 받고 지난해 12월 호피무늬 반코트를 연씨에게
보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연씨와 이씨 사이의 오해는 상당히 풀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씨가 그동안 주장했던 얘기중 연씨 관련 부분은 잘못 전달된 것이기 때문
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배씨와 이씨의 대질신문 등 보강조사가 이뤄지는 대로 수사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 사법처리 = 검찰은 배씨와 정씨를 함께 사법처리키로 했던 방침을
바꿨다.

배씨만 불구속입건하고 정씨는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지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가 최 회장 구명 로비차원에서 이씨에게 "옷값 대납"을 요구했다는 것
이다.

정씨는 상거래 차원에서 단순히 사건에 개입한 것이어서 사법처리는 어렵다
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럴 경우 "메가톤급 폭탄"이 "공포탄"으로 끝나는 셈이 돼 검찰은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검찰의 연씨 과잉보호 = 현직 법무부장관 부인인 연씨에 대한 검찰의
보호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수사 초기단계부터 일고있다.

이는 수사결과 발표후에도 검찰의 부담으로 계속 남을 것으로 보인다.

1일에는 연씨의 검찰소환을 숨기기 위한 대역까지 등장했다.

이날 새벽 연씨 귀가장면을 취재하려던 사진 기자들이 때마침 서울지검
청사 주차장을 출발하려던 여인을 뒤쫓았으나 옷차림과 머리모양 등이 비슷한
다른 사람(참고인으로 소환된 횃불선교센터 정숙자 전도사)이었다.

그 사이 연씨는 서울지검 별관쪽 청사 뒷문을 통해 승용차를 타고 빠져
나갔다.

이 소동으로 검찰이 연씨를 빼돌리려 대역을 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
되고 있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