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동 < 공인회계사 >

근로소득자의 소득세 신고때 신용카드로 사용한 생활비 지출액을 세정당국
이 소득공제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가 최근 있었다.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으나 대단히 현실적인 접근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신용카드거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신용카드
위장가맹점이나 고율의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가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사용자에게 별다른 혜택이 없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좋다"는 동기유발이 안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 제도를 시행,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해 소득공제가 이루어진다면
소비자들은 가계의 크고 작은 소비지출에 최대한 신용카드를 사용하려 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음식.숙박업뿐 아니라 주택가의 소규모 소매상들도 신용카드
가맹을 하지 않고는 사업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세무당국의 간섭없이도 신용카드거래가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세정당국이 최대 난제로 생각해 왔던 사업소득자의
수입금액 양성화를 위한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부가가치세법상 과세특례자와 간이과세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일정규모 미만의 소규모 사업자에게 특례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과세특례제도
는 제도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실제 매출규모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특례의 범위에 숨어 있는 위장
소규모 사업자에게 있다.

새로운 제도는 이들의 수입금액을 양성화해 일반과세자로 끌어 올리는데
초점이 모아지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위장 특례사업자를 노출시켜 주는데 신용카드 거래자료가
주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또 신용카드로 인한 소매업종의 수입금액 양성화는 유통과정의 정상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제조업->도매업->소매업->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구조상 제조업에서
도매업까지의 단계는 유통과정이 비교적 정상화돼 있는데 비해 도매업에서
소매업에 이르는 단계는 그렇지 못하다.

이는 소매상의 수입금액이 양성화되지 않아 도매상으로부터 받아야 되는
세금계산서 수취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데 소매상의 수입금액이 양성화되면 소매상들은 지금까지 받지 않았던
세금계산서를 받게 된다.

이는 연쇄적으로 유통과정의 정상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자영업자의 정확한 소득금액 파악은 단순히 세금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계층간의 심각한 불신과 갈등의 근저에는 바로
이러한 세부담의 불공평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현행 세정여건상 세제 여러면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신용카드자료의 소득공제제도 도입과 관련한 정부의 빈틈없는 준비를 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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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