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간 신천지의 발견, 과감한 결단과 투자, 오랜 실험과 실패,
그리고 화려한 재기"

한국의 대표적인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이 인터넷이라는 미지의 세계에서
걸어온 길이다.

그리고 이제는 인터넷과 광고를 가장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제일기획이 처음 인터넷사업에 눈을 돌린 때는 90년대초.

컴퓨터 전문가들에게 조차 인터넷이란 말이 생소했던 시기였다.

더욱이 국내 광고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터라 신문이나 방송광고만으로도
아쉬울게 없던 때였다.

그러나 제일기획은 먼저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를 시작했다.

93년 멀티미디어팀을 발족해 새로운 사업을 찾았고 키워드로 "디지털"을
선정했다.

본격적인 사업은 95년초 디지털사업팀을 구성하면서 이뤄졌다.

기업의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CD롬을 만들어 팔며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모색했다.

그러는 도중에 인터넷의 파도가 전세계에 휘몰아쳤다.

제일기획은 97년 일본 하이퍼넷과 업무제휴를 맺고 "하이퍼넷코리아"라는
자회사를 출범시켰다.

국내에 처음 등장한 인터넷광고 전문업체.회원들에게 인터넷을 공짜로
이용하게 하는 대신 브라우저의 일부분을 할애해 광고를 보여준다는 혁신적
인 아이디어사업이었다.

하이퍼넷사업은 2년만에 20만명의 회원을 모집할 정도로 네티즌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제일기획의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있었다.

하이퍼넷은 신문이나 방송처럼 단순히 광고만을 보여주는 매체가 아니다.

회원들의 신상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뒤 고객 성향에 따라 다른
광고 및 판촉수단을 쓰는 미래형 "일대일(One-to-One) 마케팅" 시스템이었다.

예를 들어 20대 남자와 30대 여자가 똑같은 홈페이지에 접속해도 보게 되는
광고가 다르다.

고객과 제품을 정확히 일치시켜 광고를 내보냄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는
첨단기법이다.

인터넷광고는 크리에이티브와 프로모션, 그리고 데이터베이스에 의한
정확한 타깃마케팅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질 때 가장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퍼넷은 그러나 시대를 너무 앞질러간 사업이었다.

대규모 설비투자에 비해 인터넷광고시장의 형성이 더뎠다.

더욱이 일본 하이퍼넷이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쓰러지면서 한국 최초의
인터넷광고 전문회사는 다시 본사의 한 사업부로 통합돼야 했다.

한승섭 제일기획 수석국장(전 하이퍼넷코리아 대표)은 "한국의 경우 미국
보다 3년 정도 늦게 인터넷사업환경이 조성되는 것 같다"며 "미국도 올해
들어서야 인터넷을 쓰는 대신 컴퓨터를 주는 업체가 생긴 것을 보면 우리가
너무 빨랐다"고 회고했다.

제일기획 인터넷사업팀은 올해초 30여명의 임직원으로 새 출발을 다짐했다.

하이퍼넷에서 닦아온 데이터베이스 관리능력에 광고사 특유의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프로그래밍을 하는 외부협력사의 역량을 합쳐 본격적인 인터랙티브
마케팅 전문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사업구조는 크게 세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구축사업이다.

대규모 DB를 다양한 조건으로 빠르면서도 리얼타임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기존 하이퍼넷시스템을 개량해 삼성증권 인에이블(월간지) 등에 판매했다.

두번째는 홈페이지 구축은 물론 금융업체의 홈뱅킹이나 전자상거래 시스템
의 판매다.

제일기획이 자바와 CGI 기술로 구축한 삼성증권 사이버 트레이딩 시스템은
이미 업계 제일이란 호평을 받았다.

세번째가 인터넷광고 등 광고회사 본연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이다.

한국HP 동서식품 삼성전자 등을 광고주로 확보한 상태다.

한 수석은 "사업분야가 다양하지만 쌍방향 피드백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마케팅이란 점에서 하나로 수렴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제일제당의 모발강화제인 "모발력"은 인터넷과 PC통신만을 통해
주문판매되는 상품이다.

올해 판매목표가 1만개인 이 제품은 한달만에 4천여개가 팔려 나갔다.

DB에 기초를 둔 정확한 타깃광고에 힘입은 것이다.

제일기획은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인터넷 비즈니스 컨설팅에도 나설
계획이다.

홈페이지를 열어만 놓았지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모르는 기업들을 대상
으로 "돈" 버는 e-비즈니스를 알리겠다는 포부다.

"인터넷은 가격 유통 제품 프로모션 등 이른바 마케팅의 4P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킵니다. 더욱이 인터넷은 마케팅의 툴(도구)일 뿐아니라 현장에서
매매가 즉시 일어나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제일기획 인터넷사업팀은 지난해 5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절반은 인터넷광고에서, 절반은 홈페이지구축과 DBMS 판매에서 거두었다.

올해는 1백억원의 매출을 자신하고 있다.

3년내 매출목표는 1천억원.

인력도 1백여명으로 늘려 내부역량을 강화키로 했다.

이쯤되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인터넷 마케팅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비전이다.

< 이영훈 기자 br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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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피타이슨'' 벤치마킹 ]

광고대행사는 말 그대로 광고를 만들어 신문 방송 등에 싣는 일을 한다.

그러나 현대의 광고대행사는 단순한 광고의 제작 대행을 벗어나 클라이언트
(광고주)의 PR과 마케팅전략 전반을 책임지는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로
변화하는 추세다.

한승섭 수석은 하이퍼넷코리아가 출범될 즈음 전세계 30여개 기업을 돌며
자료를 챙겼다.

그중에서도 한 수석의 눈길을 끈 곳은 "파피타이슨"이란 업체다.

당시 인터넷광고는 오길비 인터랙티브가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세계적 광고대행사인 오길비&마더의 자회사로서 엄청난 물량을 소화하는
업체였다.

그런데도 한 수석은 오길비가 아닌 파피타이슨을 벤치마킹업체로 선택했다.

삼성과의 기존 유대관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사업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고 그는 설명했다.

단순한 배너광고 제작이 아닌 마케팅에 기반을 둔 전략적 사고와 DB구축
솔루션 제작 등 미래지향적 비전이 광고대행사의 앞길을 보여준다고 믿었다.

파피타이슨은 원래 신문 방송 등 4대 매체에 광고를 하는 회사였다.

그러나 이 회사는 전세계적으로 정보화 바람이 불자 인터넷의 사업적
가능성에 일찌감치 눈을 돌리고 기존 사업을 포기, 인터랙티브 마케팅
전문회사로 탈바꿈했다.

파피타이슨은 현재 홍콩 일본 시드니등 전세계에 10여개가 넘는 지사망을
갖추고 있다.

이를 총괄하는 곳은 뉴욕의 영업본부다.

그러나 파피타이슨의 진정한 저력은 사실상 미국 서부의 새너제이에 위치한
기술연구소에서 나온다.

이 곳에서는 인터넷은 물론 거대한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다이렉트마케팅 등 첨단 광고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광고주는 쓰리콤 AT&T 등 정보통신관련 업체들이 많다.

파피타이슨은 지난해 모뎀미디어라는 회사와 통합했다.

웹주소는 www.modempoppe.com이다.

한승섭 수석은 "시대를 앞서가는 사업구조와 이에 맞춘 핵심역량의 강화 등
파피타이슨의 성장 전략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