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장삿속이다" "도둑질을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PC통신 토론 광장에서 RA.RM파일의 삭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RA.RM 파일은 현재 MP3, WAVE와 함께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음악 파일.

특히 지난해부터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에서 MP3를 무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네티즌들로부터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MP3에 비해 음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공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한국음악출판사연합이 최근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나우누리 등 PC통신업체들에 RA.RM파일의 무료사용을 중지해줄
것을 요구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양 협회는 지난 4월 발송한 공문을 통해 "PC통신의 공개자료실과 동호회
자료실에 등록된 음원자료 중 두 단체가 저작인접권을 가진 RA.RM 파일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음악파일을 삭제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두 단체는 공문발송에 앞서 모두 1백24개 음반사 등으로부터 저작인접권을
양도받는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벌여왔다.

창작과 관련돼 원저작자가 가지는 권리가 저작권이라면 제작 및 유통과정
에서 저작물에 대해 갖는 권리가 저작인접권이다.

양 협회의 공문을 받은 PC통신업체 중 천리안은 지난 5월에 30초 미만의
홍보용 자료를 제외한 음악 파일 전부를 자료실에서 지웠다.

유니텔 등 나머지 PC통신업체들도 RA파일 등을 서둘러 자료실에서 삭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PC통신업체로서는 양 협회의 요구가 법적인 정당성을 갖추고 있어 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쪽은 그동안 수혜자였던
네티즌들이다.

"MP3의 무료사용을 중지시킨 것도 모자라 음질이 안좋은 RA와 RM 파일까지
규제하는가"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심지어 "앞으로 통신을 안하겠다"거나 "범국민적인 음반불매운동을 펴자"며
강도 높게 양 단체를 비난하는 네티즌들도 많다.

규제를 하면 음반회사가 오히려 손해를 볼 것이라는 논리로 반박하는
네티즌도 있다.

고태훈(유니텔ID: taiji5)씨는 "노래를 가장 빨리 평가하고 퍼뜨리는 것은
통신망"이라며 "PC통신사에 제재를 가하면 음반판매량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박숙희(하이텔ID:FORSUN)씨는 "일본처럼 음반유통구조가 건실해 음반가격이
낮다면 굳이 파일을 삭제하기 위해 힘을 쏟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같은 네티즌들의 의견에 대해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 협회의 저작권 담당이사인 백강씨는 "파일 삭제에 항의하는 것은 남의
재산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질이 안 좋은 RA파일을 굳이 규제해야하는가"라는 네티즌들의 항의에
대해서도 "그것은 음악에 대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 판단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이번 조치를 찬성하는 일부 네티즌들도 있다.

이승준(하이텔ID: leesj3) 씨는 "RA를 듣고 CD를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느냐"고 네티즌들에게 반문한 뒤 "저작권 위반은 당연히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리안의 한 네티즌(ID:PETRUCCI)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만 정보의
공유가 가능하다"며 RA파일 삭제가 정보를 공유하자는 흐름에 역행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기준을 정해 일정 음질 이상의 음악 파일만 규제해야 한다며 절충안을
제시하는 네티즌도 있다.

RA.RM 파일을 PC통신에서 삭제하라는 요구는 현행 저작권법상 정당한 권리임
을 네티즌들도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그러한 정당한 권리행사가 한국의 음반산업과 음악인 그리고 이용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 류성 기자 st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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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 MP3

MPEG Audio Layer-3의 준말.

오디오 신호를 효과적으로 컴퓨터에 저장하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전송할 수
있도록 고안된 압축방식을 일컫는다.

이 압축방식을 사용하면 CD급의 음질을 유지하면서 데이터의 크기를 10분의
1로 축소할 수 있다.

<> RA.RM

리얼플레이어(Real Player)라는 프로그램으로 재생이 가능한 파일 형식이다.

RA는 리얼오디오(Real Audio)의 약자.

원래는 리얼오디오와 리얼비디오(Real Video)가 따로 있었는데 최근에
리얼미디어(RM.Real Media)로 포맷이 통일됐다.

현재는 RA파일이 RM파일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MP3보다 압축률이 높지만 음질이 많이 떨어져 음악용으로 쓰이기 보다는
뉴스 등의 음성을 전달할 목적으로 쓰인다.

<> 저작인접권

저작권자나 창작자를 도와 그 메시지나 저작물을 일반인에게 전달 배포해
일반대중이 이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부여된
권리.

저작인접권을 갖는 자의 허락없이 공연을 영상물에 기록하거나 음반에 기록
하는 행위, 음반제작자의 음반을 복제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