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해외에서의 위안(원)화 거래를 금지키로 한 것은 외환관리를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해외에서의 외화 유출 창구를 틀어막아 외환보유고를 지키고 나아가 위안화
를 안정시키겠다는 뜻이다.

중국 외환관리국은 이번 조치의 이유에 대해 "외환관리 정책상의 구멍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관리국이 밝힌 "구멍"은 금융당국의 통제를 벗어난 외환거래를 말한다.

중국은 모든 외환을 정부가 관리하는 외환관리집중제를 채택하고 있다.

무역거래에서 얻어들인 외환은 시중은행을 통해 금융당국(외환관리국)에
모아진다.

무역업자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환을 시중은행에서 위안화로 환전하게
된다.

중국은 또 위안화 안정을 위해 무역거래에 한해 달러를 일반에 매각하고
있다.

엄격한 외환정책에 힘입어 중국은 현재 약 1천4백6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
하고 있다.

일본에 이어 세계 두번째 수준이다.

이같은 외환관리 정책은 중국내에서는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는 반면 해외
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외환은행 격인 중국은행 해외지점을 통해 달러가 유출(위안화 매입)됐다.

위안화가 대량 유통되는 홍콩에서 심했다.

이번 조치는 홍콩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중국은행 해외지점과 위안화를 거래했던 3천여개의 외국계은행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선을 중국내 은행으로 바꿔야 하는 경우도 많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은행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거래의 상당액은 중국은행 홍콩지점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당국이 이같은 부작용에도 불구, 이번 조치를 마련한 것은 최근들어
외환사정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 1.4분기중 중국의 수출은 작년 같은기간보다 7.9%나 줄어든 3백73억
달러에 그쳤다.

지난 97년 무려 20.7%를 기록했던 수출증가율은 작년 하반기이후 급격하게
떨어지는 추세다.

또 올들어 2개월동안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작년 같은기간보다 9.5%
줄어들었다.

중국은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위안화 방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 이같은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위안화 안정에 얼마나 보탬이 될 것이냐에 있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위안화 안정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등 해외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달러를 일단 붙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들어 국내에서 외환관리 정책이 강화되자 해외에서의 환전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악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외환거래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대외무역에 차질을 빚을 수가 있다.

미국과 진행중인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위안화의 해외거래를 금지한 자체가 위안화 가치가 불안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급격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야야 하는 상황
으로 몰렸다는 얘기다.

이들은 이번 조치가 위안화 평가절하가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주장
하면서 위안화의 해외거래금지 시점이 ''1주일후''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이 1주일을 ''평가절하 충격흡수 과도기''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빠르면 오는 10일께 위안화 평가절하조치가 나올수도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