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스런 몸치장, 문란한 사생활, 정경유착, 마피아와의 관계...

할리우드 영화에 나옴직한 미국 부자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말들이다.

그러면 진짜 미국부자들의 사는 모습은 어떨까.

최근 조지아주립대 토머스 스탠리 교수는 "억만장자가 되는 7가지 방법"
이라는 책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내린다.

저자는 순자산 1백만달러 이상 5백대 갑부들을 직접 만나 이들이 사용하는
신용카드에서부터 자주 가는 식당 등 "부자들의 사는 방식"을 자세히 소개
했다.

책에 나온 갑부들은 우리에 비해 너무 시시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 나라 갑부들이 주로 타는 승용차가 평균 3년 지난 대형 중고자동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값이 저렴하고, 고급 승용차로 인해 자신의 생활양식이 바뀌는 것도 내키지
않아 그렇다고 한다.

이들이 구입한 가장 비싼 옷은 얼마일까.

저자는 이 질문도 던졌다.

평균 3백99달러(약 47만원)였다.

평균치니까 수천달러짜리 고가 제품을 산 부자도 있겠지만 이 보다 훨씬 싼
옷만 입는 갑부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뉴욕 타임스는 이 책이 "일상을 검소하고 평범하게 사는 부자들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며 "독자들은 자신의 사는 모습을 묘사한 것같은 공감대를
느낀다"고 평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부자들의 행태를 소재로 한 논픽션이 독자들로부터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제목은 "밍크 코트에 가려진 사모님들".

고가의 밍크 코트를 주고 받고, 앞뒤 안맞게 이를 번복하는 "그들만의 사는
방법"을 소개한 이 논픽션으로 온 나라가 벌집을 쑤신 듯했다.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검찰은 물론 대통령까지 진화에 나설 정도였다.

그러나 동일 소재의 이야기를 보고 난 느낌은 대조적이다.

미국에서는 부자들도 서민들과 거의 똑같은 생활을 한다는 인간미를 확인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엔 형언못할 허탈감만 남는다.

스탠리 교수는 책에서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부호"들은 부자라기 보다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빚쟁이 부자, 즉 "부호"라고 규정했다.

밍크코트를 선물받을수 있는 대단한 사모님들의 자산은 무엇일까.

또 그들은 자산을 잘못 사용함으로써 이 사회에 큰 부채를 지게 된다는
사실을 과연 알고나 있을까.

< 방형국 국제부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