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에 모더니즘을 주도했던 원로화가 이세득(78)씨의 그림인생을 돌아
보는 회고전이 7월4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초기의 사실적인 작품에서부터 근래 추상에 이르기까지 그의
화력을 한눈에 볼수 있는 다양한 그림들이 선보이고 있다.

전시작품은 1천호짜리 대작을 포함해 60여점.

이중 3층에서 전시하고 있는 "자화상"(1942)은 가장 시기가 앞서는 초기작품
이다.

주로 고전적이고 사실적 표현으로 인물을 그렸던 도쿄제국미술학교 유학시절
의 그림이다.

그의 화풍은 50년대 후반 이후 비구상으로 변해간다.

58년 추상의 열풍에 휩싸인 파리로 그림공부를 하러 가면서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렇지만 소재만은 더욱 "한국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 70년대초까지는 고구려벽화와 신라토기의 질감과 조형성에 주목한
"주"(1967)와 "고화"(1972)등이 그의 화면을 지배한다.

2층 전시실에는 76년 이후 근작에 이르는 서정적 추상의 공간이 펼쳐진다.

탱화와 단청의 이미지는 그의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던 한국적 요소다.

이러한 이미지는 "열반" "전설기"등 80년대초에 제작된 일련의 연작들에
이르기까지 지속된다.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창호를 연상시키는 추상공간이 이를 대체한다.

이때부터 화면도 점차 유동적 모습을 띠기 시작한다.

작가는 "창호의 이미지는 전통적인 공간 혹은 우주공간의 개념과도 상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연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본래 조형요소인 점과 선, 그리고 면으로
귀결된다.

여기에 색채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결부되어 결국에는 무한한 조형미를
보여주는 순수추상의 화면에 이르게 된다.

80년대 후반 "심상"시리즈 이후 최근의 작업에서는 감각적 색채마저 배제해
절제된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서정적 세계를 보다 정신적으로 심화시키려는 작가의 또다른 시도로
읽혀진다.

미술평론가 이경성씨는 "이세득의 그림은 율동적이며 음악적 리듬을 갖고
있어 사람들의 가장 깊은 곳에 잠재해 있는 미의식을 끌어내고야 마는 마력이
있다"고 평한다.

작가는 65년 국제조형예술가집단의 국제전을 창설하고 77년 한국미술전
개최, 지난해 선재미술관 관장 역임등 예술행정가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관람시간은 오전11시~오후7시(월요일 휴관), 목요일은 직장인들을 위해
오후9시까지 연장한다.

입장료 2천원.

(02)733-8945

< 윤기설 기자 upyk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